“유엽아, 추운 날씨인데도 여러분이 오셨는데, 감사한 분들이다. 이분들이 올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네가 많이 응원해줘라. 너도 추울텐데,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항상 같이한다는 생각으로 있으니까, 계속 같이 가도록 하자.”
“아빠가 맨날 너 어릴 적 사진 꺼내서 정리하는 거 알지? 늘 같이 있으니까, 힘들어하지마.”
지난해와 같은 1월 5일 오후, 정성재 씨와 이지연 씨는 경북 경산시 갑제동 경산성당 갑제묘원을 찾았다. 오는 3월이면 코로나19로 오인된 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숨진 고교생 정유엽 씨의 2주기다.
지난 2년 동안 정 씨와 이 씨는 아들 죽음의 진상규명을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국민청원도 진행했고, 아버지 정 씨는 경산중앙병원에서 청와대까지 약 300km를 걷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 씨는 아들이 떠난 후 1년이 훌쩍 넘어서야 처음 정부 책임자급 인사로부터 공식적으로 송구하다는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들의 죽음에 이르도록 한 정부 시스템의 문제와 그에 따른 책임 규명은 명확히 되지 않았다. 처음 아들이 내원했던 경산중앙병원의 실책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정 씨와 이 씨는 정유엽사망대책위 관계자들과 함께 아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후 기나긴 법정 싸움 준비에 들어갔다.
정 씨는 “의료 전문 변호사들을 통해 소송을 준비했지만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는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시스템 문제를 규명하지 못하면 소송의 의미가 없어서 이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고, 민변을 통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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