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임기 약 4개월을 남겨둔 정부 수장으로서 잔여 임기도 위기 극복과 국가 미래를 개척하는 정부로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신년사는 국정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날 신년사를 포함해 지난 5년간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 정부의 국정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고, 어떤 좌초를 겪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5년간 신년사 주요 키워드 분석
매년 주요 키워드로 언급된 ‘평화’
문재인 정부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인수위도 없이 국정을 시작했다. 2017년 5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와 함께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첫 신년사를 통해서도 ‘변화’와 ‘혁신’에 무게를 뒀다.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을 9회, 혁신 9회, 개선 5회, 개혁 3회 언급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은 ‘일자리’와 ‘평화’였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 ‘사람중심겸제’를 강조한 만큼 신년사에서도 일자리를 14회 언급했다.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고 질도 개선해서 일자리 개혁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평화는 주요 키워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다. 일자리보다 2회 많이 언급됐는데, 평화는 매해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키워드이기도 하다. 2018년 16회, 2019년 9회, 2020년 17회, 2021년 6회, 2022년 12회 언급했다. ‘평화에 진심’이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다. 그런 진심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 종전선언 추진으로 이어졌다.
2019년은 ‘경제’가 화두였다. 주요 키워드 중 25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신년사 발표 장소도 중소기업중앙회로 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현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단순히 경제만 많이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저성장 국면을 지적하면서 이를 돌파할 숙제로 혁신을 꼽았다. ‘혁신’도 12회 언급하면서 경제·산업 전 분야의 ‘혁신’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키워드이기도 한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자율주행차 등이 이때 직접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함께 혁신해야 한다.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 방식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사회대전환 의지 보였지만, 코로나19 직격탄
2021년, 처음 ‘위기’와 ‘민생’ 언급하기 시작
집권 3년을 맞은 2020년 신년사를 보면 정부는 이때 지난 2년의 경험과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 대전환을 시도할 의지를 보였다. 이전엔 미미한 수준이었던 공정(14회), 상생(8회), 포용(6회) 등을 언급하는 횟수가 급증했고, 혁신도 12회 언급했다. 정부의 ‘진심’이 있는 평화는 17회나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회복세가 보인다고 성과를 자랑했고,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 지표도 모두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다”며 “2020년은 나와 이웃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경제가 힘차게 뛰며,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천명한 것도 이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하여 신혼 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힘줬다.
하지만 신년사 발표 후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정부 정책은 총력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급변하게 됐다.
그 결과가 2021년과 2022년이다. 2021년 신년사에서 처음 ‘위기’와 ‘민생’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위기가 닥쳤고 어려움을 겪는 민생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회복’, ‘포용’, ‘도약’에 강조점을 찍었다. 회복이 15회 언급되면서 16회 언급된 코로나와 같은 중요도로 다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위적 경기 침체와 고통에서 국민이 회복하는 해로 삼겠다는 의지였다.
회복의 핵심은 단연 경제였다. 29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5년간의 신년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2020년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고, OECD 국가 중 최고 성장률을 보이며 GDP 규모가 세계 10위 권 안으로 진입할 전망이라는 희망적인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빠르고 강한 회복을 이룰”거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2021년은 사실상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신년사들과 비교할 때 2022년은 지난 5년의 성과의 과실을 수확하는 해로 설정했다.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누구도 우리 국민이 이룬 국가적 성취를 부정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없지만, 경제(15회)와 평화(12회)가 단연 핵심적인 키워드로 꼽혔다. 지난 5년의 성과로도 “위기와 격변 속에서 우리 경제는 더욱 강한 경제로 거듭났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경제)거나, “아직 미완의 평화이고 때로는 긴장이 조성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상황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평화)고 강조했다.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 보다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다음 정부로 안정적인 기반을 넘기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성과는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함은 최대한 보완하여 다음 정부에 보다 튼튼한 도약의 기반을 물려주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평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주거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며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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