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 “기본소득 감추려는 이재명 실망, 증세 논의하자”

지역불균형, 불안정노동, 부동산 문제 기본소득으로 해결
과감하게 증세 정치를 전제로 무엇이든 논의 가능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 큰 차이 있는가
기본소득 같은 의제 중심으로 공동 행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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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가 27일 대구를 찾았다. 대구가 고향인 오 후보는 이날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예정지, 한국장학재단 콜센터노조 농성장, 모교인 대륜고 등을 방문했다. <뉴스민>은 오준호 후보와 40여 분간 인터뷰를 나눴다.

오 후보의 1호 공약은 ‘당신이 누구든 매월 65만 원 기본소득’이다. 오 후보는 지역불균형, 불안정노동, 부동산 문제 해결책을 보편적 기본소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토지세, 기본소득탄소세, 기본소득지식세 같은 목적세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기본소득을 알려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오 후보는 “기본소득을 점점 숨긴다. 자꾸 감추려고 하는 데서 참 많은 실망을 하고 있다”며 “부의 재분배를 통한 든든한 사회 안전망이라고 하는 기본소득 취지에서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냥 한다, 언젠가 하자 정도가 아니라 충분한 기본소득이어야 되고, 과감하게 재분배하는 증세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정책연대든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논의를 많이 하자는 제안도 했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쪽에서 나오는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해서는 “기존 복지를 통폐합해서 복지 지출을 줄이려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시민최저소득에 대해서도 오 후보는 “선별적인 생계급여의 확장판 정도다. 심상정 후보의 최저소득제는 너무 소극적”이라며 “얼마 전에 윤석열 후보도 복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한 35% 수준까지 올린다고 했는데,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위성정당에 참여한데 대해 오 후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본소득을 한번 실현해보자는 의지가 간절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선택했다”며 “현재 정당 선거제도는 개혁해야 하고,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5당(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의 민중경선을 두고 오 후보는 “민중 경선은 저희들이 제안 받은 바도 없고, 제가 고민할 바는 아닌 것 같다”며 “기후대선운동본부나 기본소득 같은 아젠다를 중심으로 뭉치는 게 필요하고,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과 같은 의제를 중심으로 공동의 행보를 모색해보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오준호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Q. 기본소득당의 대표 공약은 기본소득이지 않겠습니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본소득은 아니라고 본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인데 김종인 위원장이 과거 국민의힘 정강 정책으로 넣었던 기본소득은 짝퉁 기본소득이다. 기존 복지를 통폐합해서 복지 지출을 줄이려는 제도다. 김종인 식의 기본소득이나 아니면 오세훈 시장의 안심소득에서는 지금 복지 지급을 받고 계시는 분들이 적게는 10%, 많이는 한 15% 이상까지 지금 제도보다도 복지 수준이 더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 최저 생계를 넘어설 수 있는 충분한 기본소득을 목표로 해야 한다.

Q. 월 65만 원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현금 복지는 기본소득으로 통합해 나가는 거다. 현재 복지 수급자들이 받고 있는 복지 수준보다 높아지는 방향으로만 제도를 설계한다는 원칙이 있다. 생계급여라든가 기초연금, 현금 복지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기본소득에 통합을 해 나갈 생각이다. 2026년에 1인당 월 6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한 390조 원 정도가 들어간다. 전체 국민의 90% 이상은 어쨌든 세금 부담을 좀 더 하더라도 받는 기본소득으로 더 혜택을 보게 만들려고 한다.

기본소득목적세 신설이 핵심이다. 경제 활동이라는 것이 개인의 능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토지, 천연자원, 생태환경, 지식, 문화 같은 공유 자원으로 발생하는데 그 상당 부분을 모두의 몫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기본소득토지세, 기본소득탄소세, 기본소득지식세 같은 목적세를 신설해서 150조 정도를 거둘 수 있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 폐지하면 여기에서도 2026년 기준으로 한 100조 원 정도가 마련된다. 또, 현금 복지를 점차적으로 통폐합하면 한 50조 정도 확보된다.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서도 과세하자라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에 소득세가 6%부터 45%까지니까 부유층들의 경우에는 기본소득을 받더라도 더 많이 돌려줘야 된다. 이런 방식을 종합하면 2026년에 충분히 월 65만 원을 확보할 수 있고, 2030년대에는 지금의 중위소득의 50%, 1인당 월 한 100만 원 목표가 충분히 가능하다.

Q.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철학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으신 분은 맞다. 성남시나 경기도에서 기본소득 정책 실험을 실시해서 기본소득을 많이 알리신 분도 맞다. 그런데 거대 여당 후보가 되고 나서는 표를 의식해서 이겠지만, 기본소득을 점점 숨기고 계시죠. 낮은 수준이기도 하고 그마저도 자꾸 감추려고 하는 데서 참 많은 실망을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은 소비 진작책, 골목 경제를 좀 살리는 보완책은 될 수 있지만, 부의 재분배를 통한 든든한 사회 안전망이라고 하는 기본소득 취지에서는 좀 반쪽자리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Q.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기초자산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의당에서 청년 기초자산제를 공약한 적이 있다. 지금은 심상정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말씀하고 계시지 않아요. 최근에는 시민최저소득 이야기 한다. 소득 기준선을 정해놓고 그보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일정한 지원을 좀 차등적으로 지원하자는 거다. 1인 가구 기준에 한 200만 원 정도 받으시는 분들부터는 아무 지원이 없다. 200만 원 정도 받으시는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저 임금 노동자이고 대체로 여성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분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만 부담해야 한다면 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힘들다. 선별적인 생계급여의 확장판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심상정 후보의 최저소득제는 너무 소극적이다. 얼마 전에 윤석열 후보도 복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한 35% 수준까지 올린다고 했는데,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가. 과거 무상급식이라는 게 복지에 대한 관념을 깨워준 것처럼 이제는 기본소득 같은 대담한 방식이 나와야 할 때다.

Q. 기본소득당 자체가 하나의 이슈, 기본소득을 중심에 놓고 활동하는 정당이다. 그래서 과연 완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정책을 반영하는 연대가 이뤄질 것인가? 궁금한 분들이 많다.
=대선에 출마했다면 완주는 기본값이라는 말씀을 드리고요. 하지만 어떤 후보도 어떤 정당이든 열린 논의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기본소득을 앞으로 실시할 뜻이 있다면, 윤석열이든 안철수든 정책 연대를 할 수 있다. 연정까지는 아니고, 공동 공약 같은 것을 세워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만약 제가 바라는 수준의 어떤 기본소득 비전을 제시했다면 제가 처음부터 출마를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냥 한다, 언젠가 하자 정도가 아니라 충분한 기본소득이어야 되고, 과감하게 재분배하는 증세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걸 전제로 정책연대든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다. 이런 논의가 저와 이재명 후보 사이에 활발히 이뤄져서 기본소득이 꼭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드리면 좋겠다.

Q. 최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녹색당까지 민중경선 논의를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위성정당 참여로 애초에 배제됐다. 당시에 대한 평가를 좀 하자면?
=정의당, 진보당과는 기후대선운동본부를 통해서 함께 하고 있다. 민중 경선은 저희들이 제안 받은 바도 없고, 제가 고민할 바는 아닌 것 같다. 기후대선운동본부나 기본소득 같은 아젠다를 중심으로 뭉치는 게 필요하고,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양당이 싫으니까, 진보가 모여보자는 식은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비춰진 적이 없는 것 같다. 기본소득과 같은 의제를 중심으로 공동의 행보를 모색해보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기성 정당들의 부족한 논의 속에서 미완의 제도로 나오고 말았다. 기본소득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본소득을 한번 실현해보자는 의지가 간절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선택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국민도 있고, 위성정당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현재 정당 선거제도는 개혁해야 하고, 완전한 비례대표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오준호 후보님 고향이 대구다. 그런데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공약은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좋은 지적하셨다. 작은 정당의 후보라서 지역 발전 정책에 대해 백화점식으로 갖고 있기는 힘들다. 저의 정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구에 왔다. 기본소득은 대구지역 현안을 해결할 열쇠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만 해도 염색 산업 중심 도시였는데 지금은 자동차 부품 산업 위주로 많이 전환됐다. 그 과정에서 실업이나 소득 상실 등의 아픔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 그런데 국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가 주어졌죠.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기차, 수소차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 부품 업체들로서는 이러한 전환이 매우 힘들 거다. 그렇다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주저할 수도 없다. 기본소득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산업 전환의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매트릭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 삶을 보호하면서 재교육하고 신산업으로 재배치하는 국가 정책을 시행하기가 훨씬 더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또, 기본소득과 같은 튼튼한 보장 제도를 마련해 청년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구를 끌어들이고,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은 지역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전체의 아젠다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순서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

Q. 주4일제 도입 논의과 기본소득과 함께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입장인가?
=주 4일제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주 3일 휴일제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소득이 있어야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주 4일제에 노동자들조차도 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근무 일수가 줄면서 소득도 줄어들지 않을까, 소득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기본소득이 보장돼서 소득을 안정시켜줘야 노동시간 단축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노동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회에서는 휴일 또는 휴식 시간 확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어떤 일을 하든지 주 3일은 쉴 수 있는 제도를 목표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휴일이나 특근에서 수당은 통상임금의 100%를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걸 통해 사용자들이 휴일에 일을 안 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Q. 기본소득이 소득 재분배에는 기여하지만,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게 먼저다. 단순하고 명쾌한 토지보유세, 저희들은 기본소득 토지세라고 부르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는 한계가 있다. 핀셋 규제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을 누르면 풍선처럼 퍼져나간다. 기본소득 토지세는 세율을 단순하게 매기고 모든 토지에 일괄 부과한다. 토지에서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지가를 하향 평준화시키는 게 먼저다. 그 다음 공급정책을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조세 저항이 생길 수가 있다. 토지세를 기본소득 형태로 배당한다면 전체 88% 이상은 토지 보유세로 세금을 내는 한이 있어도 기본소득을 받아서 소득이 향상된다고 보고 있다. 토지 보유세를 지지하는 동기가 부여된다.

고가의 토지, 고가 주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다 벌 받아야 하는 대상이냐? 손해만 보라는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지금 종부세 최고 세율보다는 오히려 고가 주택 가진 분들의 세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 나아가면 많은 분들이 똘똘한 집 한 채를 꼭 갖고 싶은 이유가 집 자체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한국처럼 복지 제도가 낮은 경우에는 집을 갖고 있어야 노후 보장도 되고, 자녀를 후원해줄 수도 있는 자산이 된다. 그것을 기본소득으로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자산 에 집착할 이유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집에 집착하는 동기를 줄여주는 것, 이것이 기본소득 토지세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Q. 지금 거대 양당 후보들이 가족 리스크로 연일 뜨겁다. 오 후보님 가족은 등판을 안 하는가?
=제 자녀들이 스스로 본인들이 선택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거와 관련된 관심에서 좀 보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저는 거대 양당의 후보들처럼 기득권 중심의 삶을 사실 살지를 못했다. 후보로서 기본소득을 말하고 새 정치를 말할 수 있는 자격으로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다.

Q. 진보적 사회학자로 활발히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동생(오찬호 작가)도 선거운동 지원 계획에 포함돼 있나? (오찬호 작가는 오준호 후보 선대위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등판 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저와 함께 하는 어떤 선거 운동 과정에 선거 운동을 좀 참여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본인이 잘 판단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조목조목 그게 언제냐, 언제까지 답을 달라 이러지는 않았다. 대구 사람들 특징 아니겠습니까. 그냥 기다리는 거죠.

Q. 기본소득당이 대선 국면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같은 기탁금을 내는데도 TV 토론도 안 부른다. 이번 선거는 정말 의혹 월드컵 밖에는 안 된다, 이 선거가 끝났을 때 저만 아쉬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매우 불행해진다. 언론이 본연의 역할들을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작가로서 활동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고, 핵심을 짚어드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 우리 당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정당이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선거의 문제점, 그들의 한계나 허점을 지적하고, 기본소득의 장점을 설명드리겠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