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대구·경북을 사랑하고, 대구·경북의 물을 마시고, 대구·경북에서 자란, 대구·경북을 대표할 대통령 후보가 누굽니까. 대구·경북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7시 대구 동성로에 와 대구·경북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의 대구 동성로 방문 일정이 알려지면서 지지자들이 이곳을 찾았고, 이 후보의 발언에 환호를 쏟아냈다. 그 환호들과 약간 거리를 둔 시민들은 기대와 불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18세 남성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선거···투표권 없어서 다행이네요”
“양당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습니다. 전부 서울 얘기만 하지 어느 후보도 지역 얘기를 진정성있게 하지 않습니다” (전 모 씨, 남성, 18, 고등학생, 대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전 씨는 친구들과 지지자 틈바구니에서 한참 이재명 후보를 관찰했다. 전 씨는 정치에 관심 많고 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만, 이번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모습이 아쉽다고 평가한다. 거대양당 양자택일로 좁혀진 선택지도 불만이다. 제도 문제는 방치하면서 ‘이대남’에 쏟아지는 손가락질도 문제로 느낀다.
“이번에 투표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어차피 거대양당 될 거 아닙니까. 두 후보 모두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정치혐오만 부추겨지고 있어요. ‘이대남’더러 보수화 됐고 특정 커뮤니티도 문제삼는데, 지금 정부에 대한 반발심을 표현하는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 대구 왔는데, 지금 지역 정책 얘기하는 후보가 있습니까. 어려운 지역 경제, 인구 감소, 대학 교육 위기 이야기하는 후보 없습니다.”
전 씨가 조목조목 이번 대선에 대한 의견을 전했고, 그와 함께 있던 친구도 “맞아요. 투표권이 없는 게 다행이에요”라고 맞장구 쳤다.
20대 여성 “우리 얘기하는 사람 없어서 관심 안 가요”
이재명 후보 지지 행렬을 바라보던 두 20대 여성도 정치와 선거에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공통적으로 20대·여성과 관련한 정책 신뢰도가 없다고 말했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정당 투표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구 시민 김 모씨(여성, 20대, 대학생, 대구)는 언론이나 SNS에서 보이는 정치인의 모습 때문에 정치에 대한 반감을 느낀다. ‘정치’하면 당장 ‘개사과’부터 떠올랐고, 뒤이어 ‘너무 혼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 갖기가 어려워요. 모든 후보자 불문하고 공약도 와닿는게 없고요. 누가 20대 여성·대학생 이야기를 하나요? 관심 갖으려 해도 막 개 사과 나오고. 보면 볼수록 반감만 들어요. 지금 시기에 꼭 이렇게 모여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정말 안 좋아 보이네요.” (김 씨)
김 씨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불만이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에 정권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대구 시민 최 모씨(여성, 20대, 대구) 이재명 후보가 되면 그 또한 정권교체라는 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문제 보세요. 지금 여당 잘못했어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정권 교체라고요? 정권 연장이에요. 오히려 지금보다 심각할 거 같아요. 지금은 윤석열 후보가 유력해 보이는데, 다른 건 몰라도 정권을 바꿔보자는 마음에서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본인이 워낙 검증 안 되고 보여준 것도 없어서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요.”(최 모씨)
40대 남성, “능력 검증된 이재명, 일 잘하고 인간적인 대통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은 주로 이 후보의 행정 능력과 개혁 성향에 기대를 보였다.
경북 고령에서 농사를 짓는 40대 윤 모씨는 이날 이 후보 대구 방문에 맞춰 대구 동성로를 찾았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살아온 인생에서 신뢰감을 느끼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행정력이 검증된 점도 윤석열 후보에 비해 강점으로 평가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이 정도의 지지세를 보세요. 이재명이 살아온 과정을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젊은 나이에 사법고시 통과해 능력 있고, 사람도 따뜻합니다. 워낙 열정적이다보니 때론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일 잘한다는 겁니다. 윤석열을 보십시오. 평생 검사로 살았고, 어려운 환경도 겪어본 적이 없는데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 대해 알겠습니까. 감흥이 없어요. 대장동 의혹도 이재명이니까 그나마 환수라도 한 겁니다. 대구·경북에서는 사람 참 괜찮은데, 당이 별로라고 합니다. 지역 입장에서도 경기도지사 했던 이재명이 지역 문제 해결에도 적임자입니다.” (윤 모 씨)
60대 여성, “개혁해야지요. 민주당은 답답해서 탈당 많아요···이재명은 합니다”
대구에 사는 60대 주부 김 모 씨도 이 후보의 행정력과 진정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 씨는 “검찰이 수사를 잘못하고 있다. 오늘도 한 분이 검찰 때문에 돌아가셨다. 곽상도 같은 사람이 문제”라며 “요즘 민주당 당원이 민주당을 싫어한다. 이재명은 도지사 할때 이미 입증됐다. 언론, 사법개혁 잘 할 사람이 이재명”이라고 지지했다.
70대 남성, “국가와 민족 위해 옳게 할 사람 뽑아야···나라 망친 좌파 정권”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적극적 반대 의사를 표현한 이도호 씨는 이날 ‘나라 망친 좌파 정권 빨리 버리고 국민이 잘 살아가는 세상 만들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유세장에 섰다.
이 씨는 “당 안 보고 사람 본다. 이제껏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옳게 할 사람만 뽑아 왔다”며 “이재명 후보는 사람답지 않다. 전과도 많고, 잘못에 사과도 하지 않는다. 조폭 변호하고 후보 주변 인물들도 구설이 많아서 다 별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성로 유세장에는 ‘차별금지법 14년의 유예,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져라’, ‘단 하루도 미룰수 없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이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모였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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