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상대 변호사 기다리며, 양해도 안 구하고···” 대구 변호사들 하소연

대구지방변호사회 법관평가보고서 공개
우수법관 6명, 개선요망법관 7명 선정

16:59

“재판장이 생각하는 조정 방안을 강요했다. 예단을 많이 드러내고, 상대방이 주장하지 않는 법적 근거까지 언급했다.”

“가위, 바위, 보로 기일을 지정하라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증거서류가 흑백이라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등 기분에 따른 재판 진행을 했다.”

“상대 변호사는 대구법원 판사 출신 전관이라고 들었다. 5분이 지나도 상대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자 친절하게 변호사님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피고석을 보고 묻는다. 원고 쪽은 투명인간 취급하는 태도다. 원고에게 기다리게 해서 양해를 구한다와 같은 인사치레는 언감생심이다”

법정에서 판사는 절대자다.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하겠지만 변호사는 혹시라도 미운털이 박힐까 판사의 심기를 거스르는 언행은 삼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대나무숲’은 필요하다. 대구에선 매년 한 번 변호사가 자유롭게 판사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대구지방변호사회가 올해로 9회째 해오고 있는 법관평가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6일 올해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대구변회, 회장 이석화)는 회 소속 변호사들의 평가를 거쳐 우수법관 6명과 개선요망법관 7명을 선정했다. 우수법관 6명은 이름과 직책을 공개했지만, 개선요망법관은 비공개로 법원에만 의견을 전달했다. 개선요망법관의 경우엔 5장 이상 평가표가 제출된 법관들 중 평균 점수가 최하위권인 이들로 추렸다.

대구변회가 선정한 우수법관 6명은 대구고등법원 김태현 판사, 대구지방법원 차경환, 장래아 부장판사, 서부지원 권성우 부장판사, 김천지원 허민 판사, 대구가정법원 정세영 부장판사 등 6명이다. 이들은 친절하고 합리적인 재판 운영을 했고, 더 나아가 억울한 일을 당한 당사자의 어려움까지 헤아리며 재판을 진행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반면, 개선요망법관들은 주로 변호사들로부터 ‘예단’을 갖고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거나, 재판을 고압적·독단적으로 운영하는 행태를 보였다. 사례를 살펴보면 한 판사는 변호인이 제출한 항변을 포함한 답변서에 대해 ‘당연히 배척될 항변’이라면서 철회하라며 예단을 드러냈고, 또 다른 판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조정 방안을 강요하기도 했다.

또 한 사례는 상대 측 변호인과 판사가 연고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변호인 측이 재배당을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다음 기일까지 답변이 없었고, 변론 기일에서도 재배당 요구에 대한 답변 없이 재판을 진행하려고 해 변호인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구변회는 “비록 평가를 통해 개선요망법관으로 선정됐지만 그것이 곧 법관의 자질이 낮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지난해 이어 계속 최하위권 평가를 받는 법관이 복수에 이른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짚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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