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가 ‘개 도살 학대 행위’가 일어난다는 동물단체 민원을 받았지만, 미흡한 보호 조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산시는 9일 동안 학대 당한 개들을 보호 조치했지만, 10일째 되던 날 견주에게 되돌려 줬다. 견주는 돌려 받은 개 중 일부를 판매했고, 동물단체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를 알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18일 개 농장 철폐 활동을 벌이는 동물단체 케어의 ‘와치독’ 회원들은 경산시 와촌면 한 주택에서 도살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이들의 신고를 받은 경산시는 현장을 찾아 개 29마리를 견주와 격리 조치 하고 25일 해당 견주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격리한 개 29마리는 경산시 동물보호소가 포화 상태여서 보낼 곳이 없었다.
경산시 축산진흥과 축산위생팀 관계자들은 개들에게 추가 학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들이 있는 철장을 자물쇠로 잠구고, 매일 밥과 물을 주면서 개들을 보호했다. 9일째 되던 날, 견주가 개들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경산시는 10일째 되던 날인 지난달 28일 철장에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경산시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3일 이상 격리 조치를 했다. 학대 혐의가 확실히 안 나온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무작정 장기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팀원들이 조를 짜서 매일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을 오가며 개들을 체크하고 밥과 물을 주며 보호했다.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 비용 청구도 학대 혐의가 나올 경우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시에서도 이런 사례가 과거에 없어서 동물보호 전담 인력도 부족하고,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제14조 동물의 구조와 보호 기간은 ‘소유자로부터 학대받은 동물을 보호할 때 수의사 진단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보호하되 3일 이상 소유자로부터 격리조치 하여야 한다’고 최소 격리 기간만 명시될 뿐 구체적인 보호 기간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사라진 21마리···판매했다는 견주 진술
나머지 1마리는 없어지고, 7마리는 경산시 보호소로
개들이 견주에게 인계되자 견주는 개 29마리 중 21마리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된다. 경산시 관계자는 “해당 견주가 주변에 개를 나눠주고 시장에 팔았다”고 했지만 정확한 판매처는 파악하지 못했다. 동물단체는 “다른 도살업체와 번식업체 등에 개들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1마리는 목줄을 묶어두지 않아 사라졌고, 7마리는 2일 포화 상태인 경산시 동물보호소로 보내졌다. 항의성 민원이 쏟아지자 보호소 인계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최영조 경산시장도 담당 부서에 인도적 차원으로 구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경산시 처분 내용이 알려지자 경산시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항의성 민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경산시 관계자는 “시에 소속된 수의사와 담당 부서 등 4명이 케이지에 담아 직접 시 보호소로 옮겼다”며 “항의성 민원으로 현재 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해당 견주에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산경찰서 경제범죄수사2팀 관계자는 “현재 피고발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로 거의 수사를 마쳤고, 조사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릴 순 없지만 조만간 학대 여부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경산시 보호소에 수용 가능한 수는 130마리 수준인데, 현재는 170마리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경산시는 동물 민원 및 보호소 상황을 고려해 2022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동물보호소 건립을 계획 중이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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