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영양제2풍력발전소 건설업체 (주)GS풍력발전은 멸종위기종 산양 배설물이 발견된 6호기 공사현장 주변을 산양 전문가 등과 다음 주쯤 합동조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사업장 현장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 요청’에 따른 후속조치다. 주민들은 환경청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제2영양풍력발전소 건설현장서 멸종위기종 산양 발견···환경청, “작업중지 요청”(21.11.))
지난달 7일 대구환경연합과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풍력발전소 10호기와 6호기 일대에서 멸종위기종 산양 개체와 분변을 발견해 대구환경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17일 관계 기관들이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24일 대구환경청이 건설업체인 GS풍력발전에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환경청 요청에 따라 GS풍력발전은 6호기에 대한 공사 작업을 중단했고, 테두리에 200~300m 방음벽을 설치했다. 또 12월 둘째주에 산양 전문가, 생태조사업체, 민간전문가 등을 포함시킨 합동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환경청에 후속조치 계획을 밝혔다. GS풍력발전은 조사 결과와 환경청 조치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풍력단지는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일대에 북에서 남으로 300~400m 정도 간격으로 쭉 늘어져 있는 형태로 차례대로 1기에서 10기까지 예정돼 있다. 10기 아래에 있던 4개가 산양 서식지와 가까워 제척돼 최종 10기로 풍력단지를 조성하기로 확정됐다.
환경청은 GS풍력발전 후속조치 계획에 대해 보완 요청을 할지 내부 검토 중이다.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당초 멸종위기종 산양 영향으로 제척된 4기는 10호기 근처로, 계획 단계에서도 그 일대가 이미 검토됐기 때문에 이번 조치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도 두 번의 보완 요청을 거쳐 꼼꼼하게 사안을 검토했다”며 “6호기 인근은 계획 시점에는 산양 흔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배설물이 발견돼 추가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청은 지난달 17일 관계 기관 합동 조사 당시 6호기 인근에서 발견된 산양 배설물 DNA조사를 맡겼지만, ‘알수없음’이라는 결과를 일주일 뒤 받았다고 설명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발견 시점이 오래돼 확인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양군청, 환경청, GS풍력발전은 6호기 주변에서 산양 흔적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관계기관 설명과 환경영향평가 자료 등을 종합하면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은 환경영향평가 당시 10호기 아래에 위치한 포도산을 산양의 주서식지로 판단했다.
6호기 주변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개체 모습이나 배설물 등이 관찰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에 확인된 분변도 다량 발견되지 않았고 오래된 것이어서 주서식지 개체에서 이탈하거나 일시적으로 들른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부터 4일째 달서구 대구환경청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6호기만 공사 중단을 하는 게 아니라 10호기를 포함한 전 구간 공사를 중단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 주민을 참여시키는 신뢰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영양군과 환경청 관계자들이 업체 입장을 대변하면서 작업중지 등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고소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양군이 무분별하게 풍력발전소를 추진한다며 대책위 활동을 하고 있는 박충락(석보면 홍계리, 65) 씨는 “우리는 풍력발전소가 더이상 세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풍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소리와 온 산을 둘러싼 발전기의 모습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헤친다”면서 “사람이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않다가, 멸종위기종이 나와서 이렇게 일부라도 공사가 중지되는 게 사람이 동물보다 못한 것이냐”고 토로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