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환경청이 멸종위기종 산양의 배설물이 발견된 영양제2풍력발전소 6호기 공사현장 작업 중지 요청을 했다. 6호기 건설 공사는 29일 현재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건설 업체가 30일 마련하는 조사 계획에 따라 정확한 공사 중지 여부와 범위 등이 확정될 전망이다. 주민대책위는 10호기 주변에서도 산양이 포착됐다며 사업 전면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환경청과 영양군청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10호기 주변 산양 출몰이 이미 검토됐다는 입장이다.
영양제2풍력발전소는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일대에 4.2MW급 10기 육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해 2023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지난 9월 말부터 주변 도로 등 기초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 15일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7일 대구환경연합과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10호기 인근에 설치한 무인센서 카메라 3대에 7월, 10월, 11월 3차례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이 찍힌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6호기 인근 현장 조사에서 산양 배설물을 발견하고 이를 대구환경청에 알렸다.
지난 17일 대구지방환경청과 영양군청, 건설업체인 GS풍력 그리고 국립생태원, 한국환경공단, 평가대행업체는 주민들과 공동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24일 대구환경청은 영양군에 현장조사에 따른 조치(6호기 공사현장 작업 중지)와 함께 오는 30일까지 조사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영양군청은 GS풍력에 조사 계획 제출을 요청했다.
대책위, “공사 작업 중지 조치에 10호기도 추가해야”
영양군·대구환경청, “10호기 산양 출몰, 환경영향평가에서 검토”
대책위는 이번 공사 작업 중지 조치에 10호기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민 참여 등 신뢰할 만한 공동조사와 전구간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양군청과 대구환경청은 10호기 인근 산양 출몰 사실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미 검토돼 추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송재웅 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 사무국장은 “산양 흔적이 추가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계획 단계에서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발견된 위치 뿐만 아니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공사 중지 요건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환경청과 영양군청 등 관계기관의 대처가 늦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국립생태원이 영양제2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에서 밝힌 의견에 따라 산양 발견 지역의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산양의 실체와 분변이 조사된 지점을 중심으로 최소 반경 375m(375m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작성기준)내 발전기 및 도로시설은 추가 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당초 15기로 계획됐던 풍력발전소가 산양 서식지(4기)와 저주파(1기) 영향에 따른 우려로 10기로 축소됐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이번 공사현장 작업 중지는 산양 배설물이 발견된 6호기”라며 “10호기는 이미 계획 단계에서도 검토됐던 부분이라 이번 중단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일까지 GS풍력은 작업중지 조치계획을 밝혀야 한다. 영양군청 경제건설국 지역개발과 관계자는 “작업중지 범위 등이 공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GS풍력으로부터 구체적인 조치 계획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며 “아직 환경적 영향에 관해서도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30일 영양제2풍력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대구환경청이 ‘사업지 주변지역은 산양·담비·삵·하늘다람쥐 등 법정보호종이 출현하는 지역이므로 공사과정에서 법정보호종의 서식지 등이 발견될 경우,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여야 함’이라고 조건부 동의 협의 의견을 낸 것에 따른 것이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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