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대구 달성군 가창면 ‘10월항쟁 등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유족들과 만나 “과거사를 정리하는 마지막 기회니까 이번에 꼭 신청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과 진실화해위 조사관들은 이날 민간인 학살지로 알려진 가창골 일대를 방문했다. 27일에는 또 다른 민간인 학살지인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과 와촌면 박사리를 찾아 유족과 만날 예정이다.
오후 2시께 위령탑에 온 정근식 위원장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 의식을 갖고 위령탑 주변을 둘러본 후 대구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유족들과 4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정근식 위원장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족들을 뵙고, 유족들이 어떻게 어렵게 살아왔는지, 진실화해위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직접 찾아보고 방향을 강구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유해 발굴과 관련해 정근식 위원장은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가창골만을 발굴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정부와 협의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내년 상반기면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가창골은 대구시와 별도로 협의를 통해서 진행하고, 필요하면 진실화해위가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해다.
유족들은 진실화해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위령탑 주변 공간과 교육관 조성, 진화위 조사 참여 시 대구시의 노력을 주문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유족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고, 살아있는 분들도 나이가 많다. 진실화해위가 적극적으로 조사하려고 하는데 대구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대구경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도 있었지만, 1960년 아픈 사연도 있어서 신청하기에 두려움이 많다. 2기 진실화해위는 여·야 합의로 출범한 만큼 저희를 믿고 신청을 꼭 해주십사 부탁드린다”며 “60년에 확보된 명단하고 1기 진실화해위 명단과 차이가 많이 난다. 2기에서는 특별히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기 진실화해위 조사로 진상규명한 10월항쟁 참여자·국민보도연맹원·대구형무소 수감자 등 대구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155명에 불과하다. 1960년 4.19혁명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유족이 함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경북·대구유족회’를 결성하고, 진상규명과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약 5,000여 명이 조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1년 후 일어난 5.16 군사반란으로 유족들이 구속되면서 유족회는 강제해산됐다. 당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족들은 입을 닫았다.
2009년 진실화해위가 10월 대구사건과 대구보도연맹 관련 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결정했고, 10월항쟁유족회가 결성됐다. 유족회는 이때부터 많은 희생자가 나온 가창골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때마침 2010년 3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 책임을 인정한 뒤 정부 쪽에 사과와 위령 사업 지원을 권고하면서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대구시의회도 2016년 7월 26일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시도 예산 8억 5,000만 원을 들여 2018년부터 위령탑 건립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12월 10일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2024년 5월 26일까지 활동한다. 필요하면 1년 이내 연장도 가능하다. 진실규명 대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인권침해 조작의혹사건 등이다.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진실규명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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