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경주를 방문해 울분을 터트렸다. 용산참사 진압명령 책임자인 김석기 예비후보(전 서울경찰청장)의 경주지역 총선 출마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유가족은 9일 오후 1시 경주시 김석기 후보 사무실 맞은편에서 ‘용산참사 유가족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이들은 김석기 후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이날 사무실 앞에는 박사모 경주지부와 경주시전몰군경유족회 등 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김 후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출세에만 혈안이 돼 두 번의 공직을 그만두고 선거에 나온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유가족 뿐만 아니라 경주시민에게도 모욕적인 일”이라며 “이대로 용인한다면 우리사회는 더 큰 참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참사 희생자인 故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김 후보의 살인진압으로 철거민 다섯이 죽고 경찰도 한 명 죽었다. 살인진압자가 가야할 곳은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라며 “유가족을 만나 사과도 했고 죽은 사람을 위해 천도제도 지냈다는데 거짓이다. 경주를 위해 산 사람도 아니”라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은 “당시 진압된 철거민들은 평범한 세입자다.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테러범 대하듯 그들을 진압했다. 당시에 특공대 투입을 몰랐다고 했지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사카 영사관이나 공항공사도 버리고 나왔다가 공천도 받지 못한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주에 출마한 권영국(무소속), 이상덕(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도 참석했다.
권영국 후보는 “용산참사 당시 담당 변호사로서 왔다”며 홍보용 외투를 입지 않았다.
권영국 후보는 “용산참사의 원인은 화염병이 아닌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라며 “용산참사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김석기 씨가 국민의 대표로 나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한진 대한민국 박사모 경북동부본부 경주지부장 등은 용산 유가족을 향해 “발목잡기식이다. 유능한 사람 있으면 지역 발전을 위해 도와줘야 한다. 용산참사는 무혐의로 결론났다. 경주에 와서 지역발전을 저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석기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서도 경주에 출마했다. 김 후보는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받지 못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정수성 현 의원이 당선됐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 심사를 앞두고 정수성 후보는 김석기 후보가 우세하게 나온 여론조사가 조작 의혹이 있다며 지난 8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수십여 명은 서울 용산구 남일당 옥상에서 서울시의 강제 철거에 반대하며 망루농성을 벌였다. 이날 경찰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