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에 돌입한 후 대구에서도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 돌입 후 확진자 수가 급증하진 않았지만, 요양·정신병원,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보이지 않는’ 업무 강도가 높아진 상태다.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대구시가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16일 오전 대구의료원을 대상으로 한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대구의료원 코로나19 전담병상 200개 중 107개 병상이 가동 중이다. 가동률은 53.5%로 심각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환자의 중증도가 이전과 달리 높다.
3개 병동으로 운영되는 공공격리병상에도 67명이 입원해 가동률은 68% 가량이다. 공공격리병상은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병원 및 시설의 비감염 환자를 옮겨 관리하는 병상이다. 현재 2개 요양병원의 비감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는 병상의 약 60%를 사용하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실정이지만, 인력난은 여전하다. 간호 인력은 정원에 미달된 상태인데, 이들이 요양환자에게 필요한 생활 지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차원에서 요양보호사 지원이 이뤄지곤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구의료원은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위해 고용한 요양보호사 11명과 조무사 11명에 중수본이 보내온 요양보호사 5명 등 27명으로 이 업무를 해내기 힘들어 간호사들이 동원되는 실정이다. 대구의료원은 중수본에 요양보호사 10명을 요청했지만 절반만 지원된 상태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은 “병상 수만 놓고 보면 여유가 있다고 할 순 있지만 위드코로나가 되면서 요양병원에서 계속 확진자가 생기고 있다”며 “감염병동 환자 중 40~50%가 요양병원 환자라서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여드려야 하고, 인공호흡기까지는 아니지만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30명 정도는 된다. 근래 의료원에서 계속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중수본 파견 요양보호사가 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환자가 넘치다 보니 그분들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파견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11월에 파견 인력 요청을 10명 했는데 2~3주 걸려서 5명이 왔다. 모든 면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위중증 환자를 돌보는 종합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확인된 바에 따르면 대구 경북대병원을 포함한 6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위중증 병상에 42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가동률은 36%(114개 중 42개)이지만, 추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해 인력은 더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도 위험요소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위중증 환자 병상은 62.1%(1,125개 중 426개) 가동 중이다. 수도권만 76.4%다. 정부가 정한 서킷브레이커(단계적 일상회복 일시 중단) 기준 중 하나인 위중증 병상 가동 75%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정부는 수도권의 위중증 환자를 충청권으로 내려보내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언제 대구경북권까지 그 여파가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도 경북에서 발생하는 위중증 환자를 함께 돌보고 있어서 단순히 대구만의 방역 상황으로 이를 전망하기도 어렵다. 대구 위중증 병상에 입원한 환자 42명 중 14명은 경북권 환자다.
배지숙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본리·송현·본동)은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대구시가 더 사실적인 데이터에 기초해 방역 상황을 공유하고, 위험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가동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수치로만 알려주면 착각을 하기 쉽다. 36%면 대구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로 나가서 방역도 느슨해질 수 있다. 병상 가동이 몇 퍼센트라고 해선 안이한 인식을 줄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 가동 가능한 병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대구시가 방역을 잘하고도 지적을 받는 게 의료진에게 적당한 처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당연히 감염병 전문으로 대구의료원이 앞장서 하고 있으면 시 차원에서 위험수당 등 노력을 해줘야 책임감을 갖고 일 할 수 있다. 간호사들에게 희생, 책임만 강요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대구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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