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36일 앞둔 108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여성의 힘으로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자”는 구호가 대구에서 울려 퍼졌다.
8일 오후 5시, 108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구백화점 앞에서 ‘제23차 대구여성대회’가 열렸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26개 단체로 이루어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23차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희망을 연결하라.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성평등 가치 실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여성폭력근절 세계연대(여성혐오, 여성난민, 여성폭력) △노동개악 중단 △성평등 국회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앞서 오후 3시부터 각각 요구사항을 걸고 시민 난장을 벌였다. 이날 OECD가 발표한 남녀 임금 격차 그래프도 전시됐다. 한국은 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부터 15년째 부동의 1위다.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인증샷,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서명운동, 여성혐오 반대 캠페인, 이주여성 가정폭력 신고 안내, 여성노동자 앙케이트,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앙케이트 등 다양한 난장이 벌어졌다.
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세계여성의 날 108주년, 대구에서도 이 대회를 시작한 지 23년째다. 여성의 삶은 더 고단하다. 여성혐오는 일상이 됐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찾고, 연대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행동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연대사에서 “108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노동자들은 빵과 장미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여성노동자들, 청소 여성노동자들은 부당해고와 고용불안에 내몰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여성문제에 함께 연대하고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부족했다. 내년에는 연대사가 아니라 여성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싸우는 투쟁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구여성선언을 통해 “오늘 모인 우리는 앞으로도 성평등 가치가 실현되는 날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함께 행동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성평등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을 폄하하거나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온 후보가 아닌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여성의 힘으로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어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일본군‘위안부’역사관 희움 대표)는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조직위는 “1991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故 문옥주 할머니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구에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통로이자 산역사요 증인”이라며 “지난해 시민모금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만든 여성운동의 진정한 성평등 디딤돌”이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안이정선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죄를 한 뒤에 이 상을 받았다면 얼마나 기뻣을까”라며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고 험하지만 더 열심히 해 나가라는 격려로 이 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회가 끝난 후 경상감영공원과 일본군‘위안부’역사관 희움을 거쳐 대구백화점 앞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