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증 발달장애인 탈시설 만족도 크게 증가”

중증중복발달장애인 탈시설 이후 삶의 변화 연구 보고회 열려

10:24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오랫동안 지낸 중증 발달장애인이 의사 표현 문제로 탈시설 자립생활 요구가 확인되지 않을 때, 정책당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적극적으로 탈시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12일 오전 10시 30분,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중증중복발달장애인 탈시설 이후 삶의 변화 연구 보고회’가 열렸다. 보고회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대구광역시, 대구 중구가 지원했다.

보고회에서는 박숙경 경희대학교 코융합심리치유연구소 연구원이 대구시립희망원에 거주하던 중증 발달장애인 9명의 탈시설 이후 생활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성과 분석 연구 과정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9명을 2019년부터 3차례 조사했다. 박 연구원은 탈시설을 통해 조사 대상 장애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고, 추가로 필요한 점에 대해서 파악했다.

이번 연구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의뢰로 코융합심리치유연구소와 미국 성과분석센터(Center for Outcome Analysis)가 분석에 나섰다.

이들은 조사 대상 장애인 9명에 대해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했으며, 당사자에게 먼저 묻고도 답변이 어렵다면 당사자의 상황을 잘 아는 지원자로부터 대신 답변을 들었으며, 특히 질적 연구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주거 코디네이터, 공공후견인이 참여하는 포커스그룹인터뷰 방식을 채택했다.

▲박숙경 연구원은 모든 면에서 탈시설 장애인의 생활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희망원 인권침해 사건 이후 2018년 대구시 차원에서 탈시설 욕구 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대구시는 거주인 85명 중 욕구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23명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조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장애계의 강한 반발에 대구시는 23명 중 연고자가 없는 9명에 한해 자립생활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장애인들은 사회통합활동, 일상생활에서 선택과 자율성, 삶의 질 만족도, 적응행동, 도전행동 5개 영역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크게 개선됐다.

사회통합활동의 경우, 월평균 외출 횟수가 시설에서 거주하던 시기보다 월등히 증가했다. 시설 거주 당시 평균 1차례도 외출을 못 했으나, 자립생활 6개월 후, 15개월 후, 28개월 후 3차례 추적한 결과 각각 월 41.8회, 69.83회, 85.5회로 크게 늘었다. 이외에도 교통수단 접근성, 생산성(소득활동)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탈시설한 뒤 당사자 사회통합활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우체국,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 이용률이 0에 가까운 점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질적 분석을 한 결과, 조사 대상 장애인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고, 감정표현이 증가하고, 사회성이 향상되고,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다만 비만 위험 증가, 동거인과 갈등은 나쁜 점으로 응답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박 연구원은 “사회활동, 주간 활동, 일상생활에서 자율성, 삶의 질 만족도가 향상하는 결과를 보여 서구 국가에서 실시된 중증 발달장애인 삶의 변화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며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 결과 발표 이후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 이동석 대구대학교 교수, 김정배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은 축사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담긴 선언처럼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국가의 주도적 움직임과 정책 아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격려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비례)도 축사에서 “우리 사회는 장애 당사자에게 묻지 않은 채 욕구 없는 존재로 규정했다. 통제당하던 당사자가 새로운 욕구를 갖고 표현하려면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시설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