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개관···“‘200억 건물’ 대신 노동 정책 절실”

17:52

‘노사 상생 박물관’을 표방한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개관을 두고, 민주노총은 열악한 노동 조건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편협한 시각 개선이 없이 200억이 투입된 노사평화의 전당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개관식이 열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 김인남 대구경영자총협회장, 추경호 국회의원, 김윤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 등 유관기관 및 단체장 80여 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노사평화의 전당’ 개관식이 열렸다. 대구시는 국비 100억, 시비 88억, 특별교부세 12억을 투입해 국가산업단지 내 ‘노사평화의 전당’을 건립했다. (사진=대구시)

대구시는 2017년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100억, 시비 88억, 특별교부세 12억을 투입해 국가산업단지 내 노사평화의 전당을 건립했다. 대구시는 노사평화의 전당을 국내외 노사 모범사례를 전문적으로 교육, 연구, 홍보 및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 규모 건물 내부는 ▲노동·산업역사관 ▲교육·모의체험관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건강관리실 ▲다목적홀 등으로 구성했다. 대구시는 노사평화의 전당에서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한민국의 산업 및 노동의 역사 ▲직업체험 ▲노사정 소통 체험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대구시는 노사평화의 전당이 아닌 노동정책으로 말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민주노총은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당시 대구 임금노동자 90%가 50명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월평균 급여 284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68만원이 적었다”며 “월 평균 노동시간(173시간)도 전국 평균대비 5시간 많고, 노조 조직률은 5% 수준에 불가하다”고 대구의 열악한 노동 상황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시가 고용노동부 공모에 제출한 세부계획서에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강성노조·분규 걱정 없는 경제·노동생태계 조성’과 같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며 “노사평화의 전당은 구시대적인 노조혐오 및 반노동적 시각이 투영된 사업”이라고 했다.

따라서 “대구에는 전국 100여 곳에서 시행되는 생활임금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노동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한국게이츠와 같은 장기분쟁사업장에 대한 대책도 없다”며 “진정으로 노사평화를 원한다면 건물이 아닌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공간이 생긴 계기로 노동 인식 개선과 노동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국에서 처음 생긴 공간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열심히 운영해 나가겠다.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