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도원동 일대 속칭 ‘자갈마당’에 주상복합 개발시행사가 부실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구시와 업무협약이 주요하게 꼽힌다. 하나금융투자는 에쿼티(자기자본투입내역) 증빙자료가 부실했음에도 정상적으로 대출을 진행했고, 이 덕분인지 주식을 취득해 80배 수익을 챙겨가기도 했다. (관련기사=대구 부동산 개발 ‘대출’해주고 80배 수익 챙겨간 금융사(‘21.11.4))
자갈마당은 2018년 1월 설립한 도원개발이 개발사업을 맡았다. 앞서 <뉴스민>은 도원개발 회장으로 알려진 ㄴ 씨와 그의 아들 ㄱ 씨가 사실상 운영한 A, B사가 동산동과 태평로에서 개발 예정지 토지 일부에 수십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분양가에 부담을 준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분양가 부담’ 불러온 대구 개발시행사의 수상한 ‘대출’(‘21.11.2))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4년 성매매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자갈마당 폐쇄를 요구하는 시민연대도 결성됐다. 공영개발과 민간개발 사이에서 결정짓지 않은 사이, 2019년 1월 도원개발은 땅 주인 95%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때까지 동의율 95%에 미달했으면 공영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대구시는 밝힌 바 있다.
도원개발은 2019년 1월 10일 도원동 일대 개발사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하나금융투자는 인허가 서류를 포함한 자기자본투입내역 증빙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주상복합 개발은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진행된다. 전체 개발사업비는 PF(Project Financing) 대출, 이전 단계에선 토지매입비 등을 빌려주는 브릿지 대출 등을 거친다. 단, 실패하면 금융권이 큰 부담을 지기 때문에 개발시행사가 자기자본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확인하는 기준이 에쿼티(자기자본투입) 10%다.
그런데 도원개발이 제출한 토지매입 계약금 증빙서류는 제각각이었다. 어떤 지주에게는 계좌이체를 했고, 어떤 지주에게는 현금을 지급하고 수기로 영수증을 작성했다. 설계비 지출내역 역시 세금계산서만 있고, 실제 지출한 내역은 없었다. 2019년 2월 설계비를 지급한 것으로 제출했지만, 2021년 4월까지 설계용역사는 전체 7억 원 중 2억 원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갈마당 포주들에 대한 영업권보상비 33억 원을 지급한 이체 내역도 없었다.
도원개발이 미흡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3월 19일 브릿지 대출을 실행했고, 5월 31일 대구시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도원개발 관계자를 포함한 부동산개발시행업계 관계자들은 미흡한 서류에도 불구하고 대출 승인이 된 결정적 요인으로 ‘대구시를 포함한 4자 간 업무협약’을 꼽았다.
대구시, 도원개발, 하나자산신탁,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2월 15일 도원동 개발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음날 “하나금융투자 부동산금융본부는 이 사업에 5,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PF론)을 제공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대구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구시 숙원사업 중 하나인 도원동 일대 개발사업이 드디어 첫발을 내디딘다”고 밝혔다. 대출심사와 건설사업계획 승인 전에 업무협약으로 사실상 사업 성패가 결정난 것이다.
현재 도원개발은 회장 ㄴ 씨와 아들 ㄱ 씨가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의 요구로 운영진이 교체됐다. 도원개발은 올해 7월 ㄱ, ㄴ 씨와 전 대표이사 ㄷ 씨 등이 회삿돈 약 84억 원을 빼돌렸다며 업무상배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도원개발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나왔다. 대구시 숙원사업이었다지만, 대구시가 부실한 민간개발사의 개발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보증을 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뉴스민>은 부동산 민간개발사업과 금융권의 ‘돈놀이’를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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