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내년부터 예산 10조 원 시대를 연다. 대구시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방역과 일상회복, 경제도약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역 최일선 부서인 시민건강국 예산이 대폭 드러난 게 눈길을 끄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감염병 대응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확보한 국비 예산이 대폭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됐다.
8일 열린 대구시의회 287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 연설을 통해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춰 대구시가 새로운 일상으로 나아가고 확실한 경제도약을 이룩할 수 있도록 어느 해보다 심도 있고 치열하게 고민하여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9조 3,897억 원 대비 약 8% 증가한 10조 1,448억 원을 편성했다. 10조 원 중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회계를 보면 올해 7조 3,572억 원에서 8조 280억 원으로 9.1% 증가했다.
일반회계를 중심으로 부서별로 증감 현황을 살펴보면 통합신공항건설본부가 올해 대비 54.5% 증가했고, 뒤이어 시민건강국이 34.6% 증가율을 보였다. 시민건강국은 예산이 1,000억 원이 넘어서는 12개 부서 중에선 가장 증가율이 높다. 통합신공항건설본부의 경우엔 전체 예산 규모가 120억 원에 그쳐서 증감을 단순 비교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민건강국 예산이 증가했다고 해서 질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도 시민건강국 예산은 전년 대비 15% 가량 증가했지만 대구의료원 등 공공의료 지원 예산을 줄여서 빈축을 샀다. (2021년 대구시 시민건강국 예산 분석···대구의료원 예산 일부 감소(‘20.11.6))
다행히 내년도 예산에선 같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구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기능강화를 목적으로 한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게 확인됐다. 시민건강국 예산 증가의 주요 원인이 올해대비 국비가 6배 가량 늘어난(75억→440억) 때문이지만, 공공보건의료기능강화 예산은 많은 경우 순수 시비로 증가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 확대가 그렇다. 대구시는 내년도 대구의료원 공익적 비용 결손 지원금을 올해 본예산 기준 20억 원에서 45억으로 늘렸다. 코로나19 이후 운영 정상화 지원금도 20억 원을 추가했다. 모두 시비 100%다. 기능보강사업 예산도 141억 여 원을 순증시켰고, 정보화지원사업 예산도 올해 대비 4,300만 원 정도를 늘렸다. 확인되는 증가액만 18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이외에도 대구시는 공공보건의료기능강화 명목 예산을 확충했다.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사업 경상보조금을 올해보다 2배 많은 약 11억 원을 편성했고,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도 20% 증가한 약 42억 원을 편성했다. 선진응급의료체계 구축, 응급의료기관 지원,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등으로도 80억 원이 증가했다.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운영비도 1억 5,000만 원 늘렸다.
하지만 대구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지원이 해마다 또는 단체장 성향에 따라 변동폭이 큰 건 여전히 숙제다. 이동훈 대구의료원 노조위원장은 “다행히 이번에 예산이 늘어나서 고생한 직원들 복지 문제도 어느 정도 충족할 순 있게 됐다”면서도 “대구의료원 뿐 아니라 노인병원, 정신병원 등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은 조례화 등을 통해 일정 수준으로 제도화해서 흔들리지 않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염병예방관리 명목 예산도 많이 증가했는데, 권역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으로 인한 국비 지원 77억 2,000만 원과 코로나19 환자 격리 입원 치료비, 예방접종 등이 국비 사업으로 진행되면서 대폭 늘어난 덕으로 확인된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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