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이후 노 씨를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지만, 노 씨의 경우엔 전직 대통령 예우 자격을 박탈된 상태여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씨 기념관 건립의 불씨는 <매일신문>을 통해 지펴졌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28일 온라인판, 29일 지면을 통해 전직 대구경북 시장 및 시의원의 노 씨 기념관 건립 주장을 소개했다. <매일신문>은 2015년 대구시의원으로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기념관 대구 건립을 주장한 박일환 전 시의원 입을 통해 기념관 건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매일신문>은 이들 외에도 박승호 전 포항시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의 기념관 건립 필요성 주장도 소개했다. 박 전 시장은 “미국은 각 대통령의 고향에 기념관과 도서관 등을 짓고 평생을 기념한다”고 말했고, 문 전 시장은 “대구가 배출한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역사 속에 사장되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반란과 학살의 원흉을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문재인 정부도 못마땅한데 ‘기념관’이라니 제정신인가”라며 “참으로 시대착오, 가치 전도의 극치이자 몰역사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이런 논리라면 히틀러 등 걸출한 독재자를 배출한 나라들도 그들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세울 일”이라며 “노태우 씨는 대구 시민이 기념하고 자부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 항일의병운동과 독립운동, 2.28 민주화운동의 도시 대구야말로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다. 반란자, 학살자의 고향이 대구라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퇴임 또는 사후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 주장과 반대 논란은 매번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서울과 각 대통령 고향 땅 등에 우후죽순 세워져 있다. 이를 짓는데 들인 비용만 해도 합하면 수천억에 달한다.
정부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전직 대통령법에 있다. 이 법 5조의 2(기념사업의 지원)에는 ‘민간단체 등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정했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전직 대통령 기념관 및 기념 도서관 건립 사업을 지원 가능 사업으로 꼽아두고 있다.
노 씨의 경우 내란죄 등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아 경호 이외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는 박탈된 상태여서 이 법에 따른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구 동구가 여러 차례 예산을 들여 노 씨 생가 복원 사업 등을 하기도 해서 지자체가 별도로 조례 등 근거를 만들고 사업을 벌일 수 있고,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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