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인 예술가 지원 조례 3곳···실효성 확보 필요

2019년 달서구, 수성구 이어 최근 중구도 제정
인식과 활동 기반 안정 지원 필요

14:55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배영미 씨는 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아들을 둔 어머니다. 지난해 아들 김준영 씨는 ‘발달장애 예술인 경로당 공연’ 일자리 사업 참가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정된 공연은 몇 차례 하지 못했고, 사업은 1년 기한이라 금방 끝났다. 배 씨는 “사업을 만들어준 중구청에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일회성 사업이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거 끝나면 다음에 뭐 하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대구 중구의회 274회 임시회에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안’이 제정됐다. 조례는 준영 씨 같은 장애 문화예술인을 육성하기 위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역량 강화 교육 등이 담겼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경숙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 동인·삼덕·성내1·남산1·대봉동)은 “아코디언 연주자 준영 군이 연주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잘 하더라. 정작 제대로 된 지원이 전무하다는 걸 알고 안타까웠다”며 “준영 군과 같은 우리 지역의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밖으로 나와 마음껏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발달장애 아코디언 연주자 김준영 씨가 공연하는 모습 (사진=배영미)

조례가 만들어지면 장애 예술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까? 대구에서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조례는 중구가 처음은 아니다. 2019년 대구 달서구와 수성구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조례’를 제정해 장애인 문화예술인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공연, 전시활동 ▲역량강화 위한 교육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달서구는 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 설치도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조례를 근거로 장애 예술가를 위한 맞춤 지원 사업은 시행되지 못했다. 달서구 문화체육관광과 관계자는 “지난 2년은 코로나19 특수성도 있었고, 지역 예술 업계 자체가 다 어려워서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 사업까지 챙기기 여의치 않았다”며 “조례로 제도 기반이 되어 있는 만큼 향후엔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성구도 마찬가지다. 김종숙 수성구의원(국민의힘, 비례)은 지난달 6일 수성구의회 제245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촉구했다. (관련기사=김종숙 수성구의원, “장애 예술인 조례 유명무실”(21.10.06))

김 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장애 예술인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활동 지원 계획도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았다”며 “2019년 조례가 제정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장애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문턱’이 높다. 관련 지원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저도 관심 갖고 현안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수성구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문화예술단체 지원 중에 장애인 단체도 일부 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관련 지원 사업이 내년에는 더 확대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구 남산역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모두 페스티벌'(‘함께사는 장애인연극제’) 공연 모습. (사진=극단 함께사는세상)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장애인 예술단체 등은 수 년간 관련 지원 제도를 요청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 예술인 지원법)’이 시행돼 첫 발을 뗐다. 정부와 지자체 협업을 통해 관련 대상자 발굴과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방귀희 문화체육관광부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장(한국장애 예술인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논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장애 예술 상황은 열악하다. 예술인 긴급재난지원제도에 장애 예술인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예술활동증명제도에 등록하기 위한 나이, 학력, 경력 등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작지원금 지원을 비롯해 일정 비율 장애 예술인을 할당해 활동 기회를 마련하거나 장애 예술인 고용촉진 지원을 통해 장애 예술인에 대한 인식과 활동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 예술 네트워크, 비장애 예술인과의 창작 교류, 창작공간 마련,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워킹그룹 등을 통해 장애예술을 육성하는 타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