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재단 시설 거주 장애인 폭행 의혹, 대구장차연 “진상 규명해야”

사회복지사가 거주 장애인 수 회 폭행 의혹
당사자는 의혹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민주이사진' 선임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권침해
"자정 노력에도 발생하는 인권침해, 허탈"

16:43

청암재단에서 최근 직원에 의한 장애인 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한 직원이 거주 장애인의 뒷통수를 가격하는 등 학대를 했다는 의혹이지만, 당사자는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애인권단체는 엄정 처분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20일 오전 11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구장차연)는 대구 동구청 앞에서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내 장애인 폭행에 대한 엄정 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일 오전 11시 대구장차연이 동구청 앞에서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내 장애인 폭행 의혹에 대한 엄정 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회복지사인 직원 A 씨가 지난 11일 거주 장애인 B 씨를 폭행했다는 학대 신고를 받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B 씨가 개인 밥상을 식사 시간보다 일찍 펼쳤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A 씨가 B 씨의 뒤통수를 여러 차례 때렸다는 내용이다. 대구장차연은 A 씨가 B 씨의 멱살을 잡고 끄는 등 가해 행위가 있었다는 추가 제보도 받았다.

대구장차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목격자 증언을 근거로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유사 제보가 이어졌고, 최근 청암재단 산하 시설에 대한 보건복지부 인권실태조사 과정에서도 또 다른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장차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2005년부터 확인된 청암재단 내 시설 인권침해 사건도 국가인권위 권고사항 등 자료를 취합해 밝혔다. 지난 2016년 인권위 조사로 드러난 사건 외에 추가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관련기사=장애인시설 인권침해 또 드러난 대구…‘민주’시설은 없다(‘16.2.25))

대구장차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2차례의 시설 운영 비리·거주인 인권침해 사례가 파악됐다. 이 중 보호 의무 소홀로 인한 거주인 사망 사례가 4건 있고, 장애인 13명을 진료 의뢰 없이 정신병원 입원 조치한 사례도 있다. 종사자가 거주 장애인을 폭행, 성추행해 사법 처벌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관련 기사=청암재단 시설에서 2015년에도 장애인 폭행, 성추행 확인돼(‘21.10.19))

대구장차연은 “사회복지사가, 그것도 노조 간부라는 사람이 아침 식사 시간보다 개인 밥상을 일찍 펼쳤다는 이유로 장애인 뒤통수를 수 회 가격했다고 한다”며 “비슷한 폭력 행사에 대한 증언이 추가 제보되고 있다.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폭력이 행사됐을 것이란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인권침해 사례가 다수 나와 인권위로부터 권고 처분을 받았는데도 장애인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시설 내부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라며 “장애인 실종을 뒤늦게 인지해 나흘 만에 발견되는 사고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구장차연은 “그런데도 시설 두 곳이 동구청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은 각 1회에 불과했다”며 “또다시 동구청이 솜방망이 행정처분을 한다면 결국 제2의 희망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0일 오전 11시 대구장차연이 동구청 앞에서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내 장애인 폭행 의혹에 대한 엄정 처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 인권침해 사건 이후 노조·장애계 ‘민주이사진’ 구성
“자정 노력에도 발생하는 인권침해, 허탈”
노조, “(가해 지목) 조합원은 부인···수사 결과 확인 후 입장 표명”

1957년 설립된 청암재단은 2005년 시설 거주 장애인 강제노역, 공금횡령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단의 기존 임원진은 퇴진하고 공공운수노조 등 노조나 지역 시민단체·장애인 단체 활동가들로 이른바 ‘민주이사진’이 꾸려졌다.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은 재단 탈시설 선언에 나서는 등 인권 친화적인 시설 운영을 추진했지만 새로운 인권침해 의혹이 이어지면서 임원들도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재단 이사인 조민제 대구장차연 집행위원장은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했는데도 실효성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사회 전원이 비통한 심정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계속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구청과 심도 깊게 논의하고, 이사회 책임이 있다면 책임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암재단 관계자는 “2018년 거주인 사망 사건이 벌어져 구성원 협의를 거쳐 탈시설이 아닌 시설 폐지를 해야 한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며 “이번 사건도 단순한 사건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외부기관을 통해 모든 걸 드러내놓고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용근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청암지회장은 “(가해자로 지목된) 조합원은 때린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에 신고가 된 사항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보고 난 다음 이야기 할 수 있다”며 “법리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리 조치를 할 거고,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