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한 대학 반려동물케어학과가 박람회 홍보 부스에서 고양이를 철장(케이지)에 전시해 논란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동물 학대’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학교와 박람회 사무국은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제보 사진과 목격담이 추가로 나와 학교 측의 해명과 재발방지책이 요구된다.
올해 신설된 안동과학대학교 반려동물케어과는 지난 8~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펫쇼에서 홍보 부스를 열었다. 박람회 첫날, 해당 학과는 고양이 7마리를 3단 철장에 넣은 채로 2시간 정도 있었다. 당시 사진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동물 학대라는 지적을 받았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 특성상 전시 행위는 부적절하고, 반려동물 돌봄을 가르치는 학과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 학대 논란으로 항의가 있자 펫쇼 사무국은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학과에게 재발 방지와 사과문 게재를 요청했다. 10일 안동과학대학교 반려동물케어과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 관계자가 돌보는 고양이들로, 대구 동물병원으로 정기검진을 하고 오는 길에 격려 차원에서 행사장에 들렀다”며 “1시간 40분 가량 한 마리씩 안아주며 현장에 머물렀고, 모두 데리고 갔다. 케이지에 7마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학과 측은 “환경에 취약한 아이(고양이)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썼어야 했는데,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고 불편하게 해드려 사과드린다”며 “같은 반려인의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이 되어 가슴이 아프고 상처가 크다”고 사과를 전했다.
같은 날, 대구 펫쇼 사무국도 입장문을 통해 관리 책임을 통감했다. 사무국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통상 전시회는 강아지, 고양이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이 참가하고, 강아지나 고양이를 전시하지 않는다. 안동과학대학 반려동물케어과도 입학상담을 비롯해 반려동물 훈련체험, 강아지 심폐소생술 체험 등이여서 고양이가 케이지에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무국은 고양이 전시 사실을 접하고, 확인에 나섰지만 철장은 확인하지 못했다. 사무국 관계자는 <뉴스민>에 “당시 관람객이 일시적으로 몰려 부스 관리가 소홀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 사무국에 전화가 와서 관계자가 확인하러 부스에 갔을 땐 케이지가 없었다”며 “고양이가 한동안 머무른 사실을 알고 학교 측에 주의 조치를 했다.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참가 업체와 사전조율, 현장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과학대학교 반려동물케어과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사과문은 1회성 실수, 해프닝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대구 펫쇼에 앞서 지난 1~3일 열린 울산 반려동물산업박람회에서도 해당 학과가 고양이를 전시하는 걸 봤다는 목겸담이 나왔기 때문이다. 울산 박람회에서 확인된 철장 안 고양이 중에선 대구 펫쇼에서 확인된 고양이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품종도 확인됐다. SNS와 학교 홈페이지 등에는 해당 학과가 반복적으로 고양이를 전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고양이 반려인 A씨는 울산 박람회에서 철장 안 고양이를 목격했다며 <뉴스민>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10월 1일 울산 박람회에서 철장 안에 4~5마리가 한군데 모여있는 것을 봤다”며 “맞은편 이동장 안에도 고양이 2마리와 작은 박스 모래 화장실이 있었다. 어떤 부스에서 고양이를 이렇게 두나 싶어 보니, 반려동물학과여서 황당했다”고 했다.
동물권 단체 역시 고양이 전시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해당 학교 사과문은 고양이들이 전시묘가 아니라고 했지만, 행사장 사진을 보면 전시 목적처럼 보인다”며 “반려동물 케어를 전공으로 하는 학과에서 동물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특성을 면밀하게 판단하고, 습성에 맞는 돌봄을 했어야 했다. 학과에 걸맞게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위해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뉴스민>은 해당 학과 교수 등 대학의 복수 관계자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꺼려했다. 학교 관계자는 “섣불리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사안이고,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취재 요청에 응하기가 어려운 점을 이해 바란다”고 전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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