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보건소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 씨는 코로나19 이후 본래 업무에 더해진 전화 민원 대응에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예약과 결과에 대한 민원부터 코로나19를 거치며 시민 접촉면이 더 넓어진 보건소 운영에 대한 불만까지 그에게 쏟아진다. 그 과정에서 폭언을 예사로 듣지만 할 수 있는 대응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A 씨는 “자기가 맡은 업무가 아닌 경우엔 제대로 답을 못 하는 경우가 있고, 담당자에게 돌려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러면 ‘너는 거기 앉아서 뭐하냐’고 하고, 욕을 하는 경우도 잦다”며 “상부에 대책을 세워달라, 전화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참으라는 이야기 말곤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후 보건환경연구원을 포함한 검체 검사 기관에 검체를 포장해 보내는 업무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전혀 보호 조치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A 씨는 “본래 업무를 하다가, 전화를 받고, 검체를 싸다가, 다시 전화를 받고 업무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겐 어떤 보호장비도 제공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있는 직원은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지만, 이들은 지난 4월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시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및 보호방안 연구’ 조사 대상에도 빠져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실태 파악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등은 대구시가 지금이라도 보건소 노동자에 대한 긴급한 보호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29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노조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감정노동자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구조를 마련하기를 촉구하며 ‘대구시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및 보호 방안 연구’에 따른 조치를 보건소 등 긴급 시행이 요구되는 사업장에 우선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는 2019년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를 제정했고 2021년 4월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및 지역 내 감정노동자 보호 방안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노총은 대구시와 8개 구·군 담당자들과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대구시에 관련한 면담을 요청한 상태고 내달 6일로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노조는 보건소 노동자에 대한 긴급 보호 조치와 더불어 대구시 감정노동자 보호 정책이 더 실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공동사업단 구성도 제안하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대구시가 조례를 제정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관련한 선언에 불과했다. 시장이 할 수 있는 건 노력하고,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대구시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건 고무적이고 긍정적이지만 논의 과정에 노동자가 배제된 정책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4월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이후 일부 사업을 시범실시 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국노총 대구본부를 통해 ▲권리보장 교육 ▲홍보 캠페인 ▲가이드라인 제작 ▲표준 매뉴얼 제작 ▲컨설팅 ▲상담 치료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감정노동자 보호 기본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2021년을 기반구축 및 홍보 강화 시기로 삼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을 본격적인 사업 시행 시기로 삼는데, 이 기간에 공공부문 감정노동보호협의체 구성, 공공부문 기업/기관의 감정노동자 보호 선언 및 경영방침 명시 등 공공부문 중심의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이 실시된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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