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선 7기는 복지와 여성, 환경 분야에서 어떤 시정을 펼쳤을까? 정의당 대구시당은 15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복지, 여성, 환경 분야로 특정한 민선 7기 대구시정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정의당은 지난해에는 노동, 청년 분야와 대구시의회 활동을 평가하는 토론회도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는 정의당 대구시당 당직자의 복지·여성·환경 정책에 대한 평가 발표에 이어 지정 토론자들의 토론 순으로 이어졌다. 각 분야 평가 발표는 한민정 대구시당 위원장(복지), 정유진 북구을위원회 여성위원장(여성), 백소현 대구시당 환경위원장(환경)이 맡았고, 지정 토론자로는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복지),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표(여성), 진상현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환경)가 나섰다.
“대구시,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높아···복지 공공성 더욱 강화해야”
“복지전담 공무원 확대, 종사자 처우 개선, 복지 예산 확대 필요”
한민정 위원장은 “대구시는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고, 고령화 인구도 인구수 대비 16.6%(‘21.1월 기준)로 높다”며 “저성장과 소득 양극화, 코로나19 등으로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서비스를 민간에만 맡겨둘 경우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복지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대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13만 1,374명이다. 인구수 대비 5.4%로 특·광역시 중 광주와 부산 다음으로 높다. 정부의 정책적 복지 지원이 두텁게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정책 효능감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게 한 위원장의 평가다.
한 위원장은 “대구시의 다양한 복지정책 실행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통계치는 참담한 상황이다. 대구시민의 복지 효능감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회서비스의 양적 확대는 있어 왔지만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개인사업자 의존적 공급 구조, 불안정한 시간제 방식의 일자리로 인해 사회서비스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민 신뢰는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 위원장은 개선 방안으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확대와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 사회복지기금 점검 및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사회복지 확대에 있어 지방정부 자체 재정 마련의 책임은 막중하다”며 “지역에서부터 삶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자체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대구시는 사회복지기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기금 전반에 대한 점검과 복지 예산 확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 토론에 나선 은재식 사무처장은 “사회복지기금에 대한 전반적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통제 받지 않는 기금보다 일반회계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은 사무처장은 “대구가 온통 공사판”이라며 “토건이냐, 복지냐를 두고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토건 공약도 남발되고 있다. 난개발과 토건을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여성 정책, 기혼 유자녀 여성 위주”
“비혼·노년·청소년 등 다양한 여성 위한 정책 필요”
“성평등 노동 실현은 지방정부부터 시작해야”
정유진 여성위원장은 “대구시 여성 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 위주로 수립되어 있어서 출산이나 돌봄에 관련된 정책이 주를 이룬다. 결혼하고 출산하는 여성만을 ‘정상 국민’이자 정책의 대상자로 규정한 결과”라며 “비혼·노년·청소년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닌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총평했다.
이어 “일자리 정책은 단순 수치가 아닌 일자리 질을 올리기 위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며 “기존 프로그램은 비효율적 창업, 단기 저임금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여 여성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대구 여성 정책의 향상을 위해선 여성과 남성 모두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대구시 육아휴직자 성비가 최하위권인 이유는 사회, 문화적 요인이 크다”며 “남성이 적극적으로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지원하거나 보상과 페널티가 있거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 토론자인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성평등 노동 실현은 지방정부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지방정부는 노동정책을 중앙정부의 일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정책실행 단위는 지방정부”라며 “지역 내 성평등 노동정책을 만들기 위해 여성노동실태부터 알아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고민과 사업을 실행할 부서나 담당자조차 없다”고 짚었다.
정 대표는 서울시의 여성가족정책실나 성평등임금공시제를 담은 성평등기본조례, 성별임금격차 및 고용상 성차별 등 개선방안을 포함한 전라남도의 양성평등 기본조례안을 언급하면서 정책적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영진, 기후위기 대응 보이지만···목표 설정 필요해”
“기후변화 대응, 현대 문명의 거대한 전환 요구”
백소현 환경위원장은 “권영진 시장은 녹색환경국에 기후대기과를 신설하고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위기 상황에 맞춰 대구시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도 있다”면서도 미진한 부분도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마련,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 감축, 정의로운 산업 전환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수준 높은 목표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2050 온실가스 감축전략’에 매년 연차 목표를 세우지만 대구시는 연차 목표가 없다”며 “상황이 위급한 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모든 부서를 관장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구시민 자동차 수송분담률이 50%를 넘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감소로 생기는 적자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늘려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데 힘 써야 한다. 680억 원으로 1년 전기차 4,000대를 보급하면 2030년까지 전기차 4만 대가 늘어나지만 내연기관 차량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백 위원장은 “기후위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규제로 전기자동차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 추세이다. 한국게이츠의 흑자 폐업으로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은 그 시작”이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준비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구나 소외되거나 차별받아선 안되며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공존공생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현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은 현대 문명의 거대한 전환을 요구한다”며 “도시화된 세계의 지방정부는 공간구조의 근본적 개혁 주체이다. 이러한 도시 개혁은 기반시설의 전환뿐 아니라 정치의 전환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토론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