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민주노총 ‘노동정책’ 제안 공감…교섭 요구엔 ‘부정적’

81% ‘대구시 노동문제 심각’, 92.8% ‘일자리 문제 심각’
94%, 대구지역 노정협의 필요성 공감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등 교섭 제안
대구시, “오늘 제안 갖고 노사민정협의회에 들어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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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대구시가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고용노동 관련 단체, 전문가들도 대구시 노동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고, 부실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노정교섭을 제안했지만, 대구시 쪽은 기존 노사민정협의회에 들어와 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시는 대구평생학습진흥원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지자체 시행 중인 조례·제도 대구는 거의 없어
일자리노동정책과 5명,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6위
나원준 교수, “생활임금조례 제정 후 노동자 참여 보장해야”

▲9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시는 대구평생학습진흥원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시 노동정책은 조례와 제도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구가 다른 광역시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하다. 노동정책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인 비정규직지원센터, 근로자종합복지관 등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모범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0곳은 노동정책 기본계획 조례가 있지만, 대구는 없다. 타 지자체가 운영하는 노동조사관, 노동권익보호관도 대구는 없다. 노동인권조례,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등도 없다.

대구는 노동 행정 인력과 규모도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는 일자리노동정책과 공무원이 5명으로 17개 광역광역시·도 중 16위다. 반면 1위인 경기도는 노동정책 전담 공무원이 71명이다. 나원준 교수는 1인당 담당 인구 기준으로는 8명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나 교수는 “전국 지자체 243곳 가운데 생활임금조례가 100곳 넘는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구는 기초지차제까지 9곳 어느 곳도 생활임금조례가 없다”며 생활임금위원회 구성한다면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단체, 전문가, 노동조합 160명 노동정책 실태조사 결과
81% ‘대구시 노동문제 심각’, 92.8% ‘일자리 문제 심각’
노동문제 해결 주체로는 대구시 역할 최우선으로 꼽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고용노동단체, 전문가들 모두 대구시 노동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평가도 확인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노동단체, 민주노총 대구본부 산하조직, 교수, 노무사, 변호사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구시 노동정책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의 노동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2.8%(그렇다47.5%, 매우 그렇다35.3%)로 나타났고,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92.8%(그렇다47.5%, 매우 그렇다45.3%)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해결의 주체라는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고용 문제의 해결 주체로는 대구시가 9.45점(10점 만점)으로 대구고용센터(9.12점), 중앙정부(8.97점), 노동조합(8.93점), 시민사회단체(8.08점)보다 기대치가 높았다.

반면, 대구시의 고용노동정책은 한참 밀려나 있었다. 이승협 교수는 “대구시 고용노동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보니 큰 분류에 노동정책이 없다. ‘고용’이라는 단어는 ‘고용친화기업’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타지자체 대비 대구시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81%(매우 잘못47%, 잘못3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2020년 광역 지방정부의 노동관련 중간지원조직이 대구는 하나도 없었다. 노동권익센터, 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상담소 등이 하나도 없는 자치단체는 대구, 경북, 울산, 세종, 강원, 충북 등 6곳이다. 조사 결과 83.8%가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94%, 대구지역 노정협의 필요성 공감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등 교섭 제안
대구시, “오늘 제안 갖고 노사민정협의회에 들어와 달라”

대구지역 노정협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9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대구시와 노정교섭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정아 사무처장은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동조합의 개별 요구가 아니라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정책 요구를 우선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노정교섭의 틀을 열자”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정교섭 시작 후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조례 제정 ▲일자리 영역과 분리된 노동정책 전담부서 설치 ▲종합적인 노동 중간지원 조직 설립을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택배·아파트경비원·청소년·이주노동자 등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취약노동자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장은 “산업전환 시기에 대구시가 추진한 상생형 일자리, 산단 대개조 사업이 일자리 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한국게이츠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산언전환 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무강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조직국장은 “대구시와 기초자치단체는 공공부문의 사용자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이 모범사용자로서 나서면 민간에도 파급효과가 크다”며 “공공부문 내 차별을 해소하고, 보건의료/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운수(운송)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에 대한 조례 제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자리를 환영한다”면서도 “대구시는 시의원이 제출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취약노동자 지원 등의 조례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또, 한국노총과 기울어진 노정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에도 “그동안 거버넌스 자리에 나오지 않았는데, 노정교섭을 추진하면서 시민사회와도 함께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정교섭 요구와 관련해 대구시 쪽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권오상 일자리노동정책과장은 “오늘 이야기는 충분히 귀담아 들었다. 대구시도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노사민정협의회라는 공식기구가 있으니, 오늘 제안은 민주노총도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해서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권오상 과장은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제안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계 입장이나 의견을 제기하는 통로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한국게이츠 ‘흑자폐업’과 관련해서는 “한국게이츠는 달성군이 대구시가 아닐 때 들어온 기업이라서 대구시가 협상력에 한계를 많이 느낀다”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 본사 차원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달라고 읍소를 했지만, 강제적 수단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