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는 국민의 절규에 저들은 국가비상사태로 답했다. 대통령은 책상을 치며 ‘필리버스터에 대해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고 한다. “어떻게 내 말에 반대할 수 있나?”하는 분노의 표출이다. 정신 차리라는 훈계에 이어 이젠 국민을 상대로 한 호통까지 듣게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민생이야 어떻든 반대에 발목 잡힌 자신의 국정이 비상사태이고, 국민의 ‘총화단결’을 위해선 국가안보가 늘 칼날 같은 위기여야만 할 뿐이다. 파견법을 “55세 이상 중장년 일자리창출법”으로 바꾸라는 자신의 어법에 따르면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권한 강화법”, “새누리당 집권연장법”이며 북한의 닥친 테러위협 대처에 반대하는 이들은 ‘비국민’인 것이다.
하지만 연일 전쟁통인 민중의 삶이야말로 비상사태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이 땅의 평화가 비상사태이며, 정권의 총체적 무능무대책 앞에 민중이 ‘국가기능의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판이다.
노동자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1%와 재벌대기업 곳간을 채워주는 일이 ‘경제 살리기’로 둔갑되고. 고용의 4%만 책임지고 있는 100대 대기업은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일자리도 미래도 없다고 대국민 사기선동에 여념이 없다.
IMF 20년, 상위 1%는 자산의 26.0%, 상위 10%는 66.4%를 보유했지만, 하위 50%는 2%에 불과한 극심한 불평등의 구조화를 초래하였다. 1%에 부가 집중될 때 중산층은 몰락하고 빈곤층은 극빈층이 되었다. 능력이 아니라 상속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흙수저로 표현되는 신분 사회는 절망적이다.
정초부터 정세가 요동치며 극도의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연이어 쏟아지는 이슈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연말 노동개악 국면에 이은 일본군‘위안부’ 야합, 개성공단 폐쇄, 일촉즉발의 남북관계 냉각, 사드도입 논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과 후속조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등 하나같이 굵직한 사안이다.
이 정권은 선거에 안보를 동원하고 장기집권을 위해서라면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옛날 써먹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다. 한·미·일 동맹에 종속된 하위파트너가 되어 신냉전의 격랑으로 빠져들면 한반도는 미·중 전쟁터가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한국 경제의 재앙이 될 수도 있지만, 전략적 고려라는 게 애초에 있기나 한 것인지 즉흥적인 감정만 확인할 뿐이다.
2월 27일 4차 민중총궐기가 열린다. 호소하고 요구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총궐기의 시작이었고, 지금 달라진 건 없다. 물에 빠뜨려놓고 살릴 놈만 살린다는 ‘살의’ 가득한 속내를 드러낼 뿐이다.
누구는 언제까지 총궐기냐고 볼멘소리로 염려하고, 누구는 백일을 넘겨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마음으로 총궐기는 진행형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뭐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몇백 배 몇천 배로 민심은 절망적이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민중총궐기의 정신은 단결과 투쟁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믿는 것이다. 99% 민중의 살길, 이 땅의 평화는 우리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역사의 위기 때마다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를 지키는 데 직접 앞장선 것은 언제나 민중이었기 때문이다. 준비한 민중에게 반드시 때는 오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