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갓갓’ 문형욱(25) 씨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34년형을 받았다. 대구경북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형량이 낮다며 유감을 표했다.
19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1-3형사부(부장판사 정성욱)는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문형욱 씨에게 “피해자를 노예로 칭하며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하도록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고,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범행하여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1심과 동일한 3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년간 지속됐고, 범행 수법이 정교화 고도화됐다. n번방을 개설하고 운영했고,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가 있다. SNS를 이용해 배포하고,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줬다”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사건의 중대성과 피해자수의 수를 볼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조순표)는 문 씨에게 징역 34년형을 비롯해 신상 정보 공개 10년, 아동보육시설 등 취업 제한 10년,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 30년,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 등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피고인 문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선고 후, 대구경북여성단체들은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피해자와 연대를 강조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심과 동일한 34년형은 피해자 지원 기관에서 볼 때 짧은 기간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며 “디지털성폭력은 피해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여전히 자신이 나온 영상을 불안해하며 n번방 영상물을 검색한다. 성착취물에 고통 받는 여성이 없도록 기업과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규탄했다.
김미정 경북상담소시설협의회 대표는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했지만, 가해자 처벌에는 온갖 감형 기준 잣대를 대면서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며 “피해자가 34년이 흘러도 피해를 복구해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법원에 묻고 싶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사법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에 살고싶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