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월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3세 유아 A에 대한 사체 유기 미수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미성년자약취) 혐의로 기소된 석 모(48)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7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2단독(재판장 서청운)은 석 씨가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고 객관적인 범행 증거가 충분치 않아 의문이 있지만, 피고가 A의 친모라는 사실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이상 의문은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약 40분 동안 판결을 이유를 설명하면서 석 씨가 A의 친모라는 사실, A가 또 다른 유아 B와 바꿔치기된 시점이 2018년 3월 30일과 4월 1일 사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위의 두 사실이 인정되고 제3자에 의해 바꿔치기가 됐을 가능성이 배제된다면서 유아 바꿔치기 역시 석 씨가 행한 범죄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사라진 피해자(B)의 행방을 알 수 없으며, 목격자의 진술이나 범행 장면이 찍힌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증거가 별로 없는 사건에서 피고인만 알고 있거나 피고인이 감추고 알려주지 않은 것까지 빠짐없이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범행의 세부적인 동기, 방법까지 전부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언제부터 바꿔치기를 계획하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자신이 출산한 사건 여아를 혼자 또는 제3자와 어떻게 산부인과로 데리고 가서 어떻게 바꿔치기했는지, 피해자를 어디로 어떻게 데려갔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과연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피고인이 A의 친모라는 사실을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의문은 단순히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끝으로 “결론적으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형사 재판의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원칙이지만 사실관계를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결단력을 갖추지 못하여 막연히 의심으로 둔다면 그러한 원칙의 난무할 여지가 있고, 특히 정황 증거에 의해 추단하는 경우 조금이라도 설명이 어려운 의혹이 남는다고 하여 범죄 증명이 없다고 쉽게 단정한다면 정황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은 불가능하다”며 “출산과 바꿔치기, 제3자의 범행이 배제되는 걸 고려할 때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으로 알려진 구미 유아 사망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숨진 유아의 친모가 그전까지 외할머니로 알았던 석 씨로 확인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검찰은 석 씨를 숨진 유아에 대한 사체유기미수와 원래 석 씨의 손녀였을 또 다른 유아를 약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했다.
석 씨는 재판 내내 자신의 출산 사실을 부인했고, 지난 7월 결심 공판 최후변론에서도 “첫째와 둘째를 낳은 후 결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아이를 바꿔치기한 적도 없다”며 “재판장님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석 씨는 이날 선고 과정에서 유죄 인정 가능성이 짙어지자 잠시 실신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고가 끝난 후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벗어났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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