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후 처음으로 대구에 왔다. 같은 날 전격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예비후보가 다녀간지 꼭 10일 만이다. 첫 행선지는 2.28민주운동기념탑으로 윤 후보와 같았지만, 다음 방문지는 전태일 열사 대구 옛집으로 대비됐다. 대선 주자 중 전태일 열사 옛집을 찾은 첫 후보이고, 서문시장과 대구동산병원을 찾았던 윤 후보와 차별성을 강조한 발언도 이어갔다.
두 대선주자, 열흘 간격으로 2.28기념탑 참배
대구경북 출향인사 강조한 이재명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재명 지사는 2.28민주운동기념탑 참배로 대구 일정을 시작했다. 기념탑에 참배하고, 2.28민주운동 원로들과 간담회를 갖고, 방명록을 작성하는 순서였다. 지난 20일 대구에 온 윤석열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진행이다.
현장을 찾은 지지 인파는 윤 후보 쪽이 더 많았다. 20일 윤 후보가 왔을 때는 3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렸다면, 이날 이 지사 지지자들은 100여 명 정도였다. 이재명 지사는 대구 일정 내내 ‘고향’, ‘출향인사’를 강조했다. 동행한 국회의원을 소개하면서도 이재정 의원은 대구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가장 먼저 겪은 대구시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는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안동만이 아닌 ‘대구경북’이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원로들과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지사는 ‘대구경북’을 8회, ‘제 고향 대구경북’은 2회 언급했다.
이 지사는 “2.28 민주운동에 대해 대구경북 안동 출신의 출향인사로서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핵심은 선비정신”이라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물꼬를 열었다. 저는 대구경북 출신의 출향인사로 개혁정신,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가운데 대구 전태일 옛집 처음 찾은 이재명
‘노동’을 매개로 윤석열과 차별성 드러내
이재명 지사의 다음 행선지는 중구 남산동에 있는 전태일 열사 옛집이었다. 거론되는 대선 후보 가운데 이곳 방문은 이 지사가 처음이다. 10일 전 윤 후보는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과 대구동산병원이 2.28기념탑 참배 다음 행선지였다.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난 전태일 열사는 1963년 대구로 돌아와 남산동 집에서 약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다. 지난해 시민단체 ‘전태일의 친구들’이 시민성금을 모아 매입했다. 올해부터 옛집을 보수해 전태일 열사와 노동 관련 기념관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11시 30분께 옛집을 찾은 이재명 지사는 ‘전태일의 친구들’ 관계자와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19대 비례대표)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노동’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청년 시절 노동자로서 보낸 경험과 전태일 정신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요즘도 알바하는 청년들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데, 밑바닥 세상은 그렇게 많이 변한 게 아니구나 생각한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윤석열 후보의 ‘주 120시간 근무 논란’에 대한 정면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지사는 “동마고무라는 회사에서 일할 때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었다. 오전 9시 출근하면 저녁 6시 퇴근인데 새벽 2시까지 철야를 많이 했다. 그러면 하루에 17시간 일하는데, 얼마 전에 어떤 분이 120시간 일하고 쉬자고 하셨는데, 새벽 2시까지 철야를 일주일 하면 120시간에서 1시간 부족하다”며 “현실 모르는 말씀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가슴 아플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불로소득보다는 노동소득이 더 존중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세계 최장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도 좀 줄여서 일과 웰빙이 함께하는 세상 만들면 좋겠다.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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