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바꾸는 시간, 대바시] 대구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대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차별에 맞서 싸우거나,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거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의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2021년부터 대구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짧은 강의 형식을 빌려 전하고자 합니다. 내가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주변의 사람을 추천해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newsmin@newsmin.co.kr, 010-8585-3648)
여섯 번째는 시민학습모임 ‘베이직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최미나 씨입니다. 돌고 돌아 고향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시민학습모임을 만든 미나 씨는 ‘헌법 모임’을 진행하고, 책을 발간했습니다. 대안교육, ‘책과 자립’, 골목 영화관 등 시민들과 함께 공부 모임을 통해 자립을 꿈꿉니다. 베이직 커뮤니티 https://diary-of-citizen.tistory.com/
저는 시민학습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는 최미나라고 합니다. 베이직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고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내용을 책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커뮤니티를 시작하게 되었느냐면 10대에는 학교가 답답하고 싫고, 대구라는 지역도 좀 답답하다고 느꼈었는데 거기에 저는 적응하기만 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환경이 바뀌진 않았고 그런 부분들을 느끼면서 대안적인 학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해 왔었고요.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접하면서 제가 사회문제를 회피하고 관심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느꼈고 잘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던 거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보면서 저와 같은 사람이 조금만 더 뭔가를 알게 되고, 조금만 더 하나의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사회는 좀 느리더라도 확실히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시민학습 쪽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왜 대구에서 활동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해 보았는데 꽤 길게 고민을 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대구라는 지역은 굉장히 답답하고 고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하는 고향이자 지역이고요. 반면에 제가 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 살고 있고 대구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애정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여기에 남아서 내가 생각하는 대구가 조금 더 바뀌어서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하나의 역할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구에 남기로 했습니다.
대구가 저의 경험으로는 뭔가 정해진 틀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그게 당연시되고 저도 당연히 그 틀을 따라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17살 때 고등학교 방식이 적응이 안 돼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학교를 그만두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어떤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겠느냐.’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런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케이스를 접할 기회가 굉장히 적은 거 같았고 남들이 다 가는 길과 벗어나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이 느껴졌어요. 그게 저의 대구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헌법 모임은 제가 생각했던 (헌법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 중의 하나였는데 우연히 헌법부터 시작하게 됐고요. 하다 보니까 한번 시작한 모임은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멈추면 또 언제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음 기수를 계속 모집해서 활동을 하고 있고, 인권이나 환경 모임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를 핑계로 다른 시도를 많이 못 한 거 같아요. 헌법 모임 멤버 분들을 봤을 때 제가 많이 들었던 말은 ‘생각보다 우리가 이야기할게 되게 많이 있다.’ ‘헌법을 모르는 것보다 알고 있으니까 보이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큰 단위의 법이기 때문에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지만 그래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되게 다양하고 사회 이슈를 가져와서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헌법이랑 연관도 지어보고 이렇게 하면서 내가 살면서 어려움에 닥치거나 내가 아끼는 사람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 헌법 기반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말도 있었어요.
책은 일종의 시민학습 기록물, 역사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 책들이 쌓이면 하나의 박물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임이 매주 진행이 되기 때문에 매주 모일 때마다 헌법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는 시간을 매주 가졌어요. 한 문단을 쓰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 페이지를 쓰시는 분도 계시고, 기사를 찾아 와서 본인의 의견을 적으시는 분도 계시고, 개인의 이야기, 경험담을 적으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모임이 끝날 때 쯤 책에 대한 디자인부터 기획을 같이하면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나비효과’라고 교육과 대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지금 하고 있고요. 격주로 화상으로 모이고 있고 대안학교 교사들, 일반교사들, 상담가, 청소년,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책과 자립’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책을 만들고 글을 쓰면서 내가 자립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피드백을 나눕니다.
프로젝트로는 대구에 있는 상가, 요즘 배송이 워낙 많이 되다 보니까 배달 음식을 하는 업체들에게 찾아가 용기를 가져 오면 거기에 담아 주는 그런 것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동네 파티모임은 골목길이나 공간이 남는 주택에 옥상들 등을 이용해서 소규모의 커뮤니티를 연결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청년들과 모여서 첫 번째로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는 동네 영화관이라고 해서 골목길에서 빔을 설치하고 서너 명이 모여서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하려고 하고, 앞으로는 시민 패션쇼라던지 시민 전시회라든지 직접 기획해서 만들어 가보고 진행해보는 그런 역할을 해 볼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해요.
저희는 모임할 때 나이랑 출신 학교 공개를 하지 않아요. 각자의 신념은 존중하되, 제한은 하지 않는 것을 유일한 조건으로 두고 있는데, 기존에 오셨던 분들은 굉장히 다양한 직종의 분들이 오셨어요. 대학생도 있으셨지만 미술가도 계셨고요. 토목일 하는 분도 계셨고, 통신업으로 일하시는 분도 계셨고, 영어 학원 강사 분도 있으셨고, 공장에서 일 하시는 분도 계셨고, 인권 관련 일하시거나 지역 관련 일을 하시는 분도 있으셨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직장에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고 연령도 공개 하지 않았지만 대략은 2,30대를 제가 모집을 하는 편이고 10대 분들도 계속 같이 만나서 함께 활동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만나기가 어려워서 앞으로는 10대 분들이 2,30대 분들과 함께 아니면 10대 분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같은 내용을 함께 배우고 제가 나이 들어갈수록 지금의 10대에서 30대 분들이 나이 될 때까지 같이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
헌법 모임할 때 첫 번째 기수는 캠페인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어떤 걸 해 볼까 헌법을 알리는 책갈피를 만들어서 그거를 지역에 나누어주자고 해서 직접 다 디자인을 했는데 디자인이 정말 하시는 분마다 제각각이어서 이게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다양하게 만들어 가지고 같이 도서관이나 이런 데 가서 돌리기도 하고, 동네슈퍼나 편의점에 배치해 달라고 하고, 개별로 본인들이 자주 가시는 카페나 그런 공간들에 부탁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서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그것도 기억에 많이 남고 다음 활동으로 전시회를 해보자고 해서 범어아트스트리트에 시민들이 신청을 해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지하에 한 주 정도 전시회를 했었거든요. 그때 여기서 모여가지고 판넬에 초등학생 때 했던 것처럼 신문지 오려붙이기 해서 프린트하고 붙이고 이런 거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판넬 직접 전시 하러 가고 회의도 하고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앞으로도 만나는 분들에 따라 활동이 다양할 거 같아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개인의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행동에서 한 가지는 바뀔 수 있도록 목적을 잡고, 목적 중심으로 활동을 하거든요. 참여해 보시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얼마나 다양한 삶을 서로가 살고 있는지 다들 고민하는 문제 그리고 고민하는 대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함께 해보면 조금 더 나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고 ‘이게 문제다.’라고 말만 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해서 같이 뭔가 해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입장에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서 끝이 없는 문제들이 많지만 하나라도 물고 늘어지면서 한번 해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공부만 하는 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음식을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캠핑처럼 밤새 얘기 나누면서 놀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의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또 직접 해 보셔도 좋을 거 같고 한번 놀러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촬영=천용길, 여종찬, 권지해
편집=권지해
출연=최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