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팔기 쉽고, 잘 팔리는 소재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의 정치적 입지를 잘 표상해 주는 말이다. 이는 청년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넓고, 효과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럴까?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전자인문학센터가 구축한 ‘웹 기반 코퍼스 분석 도구’에 따르면, 2001년 언론에 ‘청년’은 약 2,500회 정도 언급됐다. 하지만 2002년부터는 조금씩 늘어났고, 2004년에는 4,500회가량 언급됐다. 이후 2008년, 2009년 다시 언급 빈도가 늘어나 2012년과 2013년에는 9,000회나 언급됐다.
즉, 적어도 2009년 이후 청년은 화제였고, ‘뜨거운 감자’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념하자. 뜨거운 감자는 ‘청년’이란 표현이었지, 실제 살아 숨 쉬는 청년은 아니었다.
정비석의 「청춘예찬」을 읽으면 청년은 뜨겁고, 열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청년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필자가 경제나 사회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현실의 청년은 제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청년이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원해서인가? 아니다. 한국 사회 구조에서 청년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적 구조가 청년의 삶을 힘들게 하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돈 문제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돈을 준다고 청년이 겪는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청년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럼 청년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사람들은 일하면서 즉, 노동자로서 돈을 번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취업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이로써 삶의 기본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은 노사관계에서 대개 약자의 입장이다. 노동법은 존재하지만, 때때로 책 속에서만 존재한다. 청년 노동자가 받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대우는 다양하다. 대구만 하더라도 작년 대구청년유니온이 실시한 「2015년 대구지역 청년노동 실태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멀쩡한 삶조차 영위하기 힘든데,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거기다 이용당한 후 무시당하기까지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2016년 4월 13일에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린다. 또다시 청년을 팔 때가 왔다. 하지만 이왕 팔리더라도, 그것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청년은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은 시민으로서, 유권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고, 공표할 수 있다. 또, 자신이 거부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고, 공표할 수 있다. 거부 사유야 다양하겠지만, 특히, 중범죄 전과가 있거나, 유권자를 기만한 이라면 더욱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기본적으로 선거는 자신에게 이득이 될 사람을 뽑는 일이다. 어떤 후보가 청년의 이익과 권리에 반하는 언행을 일삼거나, 행보를 보인다면 청년은 그 후보를 거부할 수 있다.
4월 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공천한다. 누구나 선거가 공정한 경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청년을 이용하고, 기만한 후보는 선거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당이 알아서 이런 후보를 공천하지 않길 바란다.
이에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빚쟁이유니온(준), KYC(한국청년연합), 청년참여연대, 청년광장 등 6개 청년단체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정오에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또, 각 지역 청년유니온은 1인 시위로 2월 18일 공천을 거부 의사를 정당에 전달했다. 대구청년유니온(최유리 위원장 등)은 오후 3시 최경환 선거사무소 앞, 부산청년유니온(전익진 위원장 등)은 오전 11시 새누리당 부산시당 앞, 경남청년유니온(손정훈 위원장 등)은 오후 4시 새누리당 경남도당 앞, 인천청년유니온(장재민 사무국장 등)은 오전 11시 새누리당 인천시당 앞, 경기청년유니온(한지혜 위원장 등)은 오전 8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위 대상자들의 기준은 무엇일까. 1차로 여섯 가지를 꼽았다.
청년팔이 노동개악 주동자 | 청년을 볼모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도록 노동 ‘개악’을 강행한 사람 |
채용비리 청년취업 강탈자 | 인사 청탁,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람 |
청년비하 청년수당 망언자 | 청년을 폄훼하고, 청년 정책을 비하한 사람 |
주거빈곤 청년부채 유발자 | 월세 부담을 외면하고, 빚내서 집을 사라고 등을 떠미는 사람 |
청년기만 부모등골 파괴자 | 반값 등록금으로 거짓말했거나, 사학 비리에 연루된 사람 |
최저임금 대폭인상 반대자 |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 |
청년유니온은 여섯 가지 1차 기준으로 현직 국회의원 및 예비 후보 14명을 ‘공천 불가’ 대상자로 꼽았다. 먼저 전 경제부총리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최경환. 중소기업 진흥공단 채용 비리에 연루됐고,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 규제를 완화해 주택 가격을 올리고, 가계 부채를 늘렸으며, 전·월세 상한제도 반대했다.
윤후덕은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며, 지역구 대기업에 자녀를 취업시켜 주기를 청탁한 전력이 있다. 정우택은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정무위원장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있다.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광림은 문자 메시지로 친조카를 취업을 청탁한 전력이 있다. 정용기는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중소기업 대표에게 인사 청탁을 받았다. 국회의원이자 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청년을 정치적으로 팔아 노동 개악을 추진, 사학 비리를 두둔했다. 여기에 더해 “청년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청년의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비하하며 청년 복지 정책도 폄훼했다.
현 국회의원이자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원유철, 대변인 김용남, 환경노동위원 이완영은 김무성과 함께 청년을 팔아 노동 개악을 추진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홍문종은 사학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이노근 현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형 임대 주택인 ‘뉴스테이’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법안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인제는 청년 정책을 자선, 바이러스, 아편에 비유하여 폄훼했다. 김성태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월세 신고제’를 합리적 근거 없이 반대하였다. 전 행정차지부 장관이자 서울대 법대 교수인 정종섭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청년 수당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고 폄훼했다.
청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기만한, 그리고 폄훼한 정치인을 선정해 알리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6개 청년 단체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4월 선거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가칭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조직할 계획이고, 2월 23일에는 이를 위한 기자 회견이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활동이 활기를 잃지 않고 진행되기를 바라며, 단지 청년이란 ‘말’이 아닌, 살아 숨 쉬고 있는 청년이 비로소 온건한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대우받길 바란다.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청년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가 인정되고, 노력이나 마음가짐의 문제로 본질과 청년의 고통이 흐려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