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인터뷰] 윤석열 “주 52시간 실패한 정책…기업 노사간 합의 맡겨야”)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노동관 문제가 불거졌다. 20일 대구에 온 윤석열 전 총장은 “일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설명에는 노동자 자기결정권에 중요한 노동조합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다.
이날 오후 서문시장,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근로시간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윤 전 총장은 재차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근로시간이 투입돼야 하는 업종이 있고, 그건 근로자들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해야 한다”며 “선진국은 화이트칼라의 경우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게 우리 경쟁력에 도움 되고, 근로자에게 도움 된다. 일주일 빡세게 일하고 한 열흘 쉬고 이렇게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대학교수를 만났는데, 대학이 공정과 정의 가르치면서 학교의 이런 관행이 문제라고 해서 정년 앞두고 그만둔 분이 있다. 그분이 ‘나는 학교에서 주 9시간만 가르쳐도 연봉 1억 2,000만 원을 받고, 계약직 교원은 강의도 많이 하고 행정업무 등을 죽도록 하고 3~4,000만 원이라던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게 정의고 공정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와 관련된 견해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과도한 보호가 근로자에게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업종전환을 한다든지, 경영상태가 어려워졌다든지, 근무 태만 등 기업 또는 동료 사원들에게 아주 불이익한 비행을 저질렀다든지 하는 경우에 고용 보장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건 우리 문화나 한국 현실에 맞지 않지만, 과도한 고용보장에 대해서는 좀 합리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그게 근로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청년들 일자리 만들어줄 수도 있다. 노동시장 자체도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설명은 지금도 충분히 법으로 보장된다. 근로기준법상 불이익한 비행을 저지르는 등의 징계 해고는 가능하다. 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도 명시하고 있다. 경영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드러나듯 기업이 마음먹으면 정리해고를 진행해왔다.
오히려 근로시간 연장, 임금, 해고 문제에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가 제한적이다. 사용자의 요청을 거부했을 때 발생할 불이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12월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12.5%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54.8%에 달했지만, 100∼299인 사업장은 8.9%로 뚝 떨어졌고 30∼99인 사업장은 1.7%,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윤 전 총장이 진정 노동자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싶다면 노조 할 권리가 먼저 언급되어야 한다.
천용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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