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나 복리후생비가 임금에 포함되는 등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해 실질적인 인상 효과가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2022년 최저임금이 최소 6~7% 이상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를 상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25일 오후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기본 방향을 발표하는 한편, 경영계의 최저임금 동결·삭감 주장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이기 위해선 6~7%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7%이었으며 박근혜 정부 5년 평균 인상률은 7.4%였다. 이 때문에 전 정권보다 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내년도 인상률은 최소 5.5%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신인수 원장은 박근혜 정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의 효과라도 기대하기 위해서는 5.5%가 아닌 그 이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의 실질적 효과를 낮췄다. 임금 구조에 따라 1~3%P 차이가 나겠지만, 절대적으로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6~7%대로 올려야 그나마 박근혜 정부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년 연속 최저임금이 3% 이하로 올랐다. 그 효과도 2년 연속 이어졌기 때문에 열악한 최저임금 상황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등 산입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법 개정으로 2020년 최저임금 기준 복리후생비를 20만 원 받는 노동자의 경우 실질임금이 -3.57% 하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도 2020년 2.87%, 2021년 1.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감소로 이어지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재계와 보수언론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이 16.7% 증가한 2018년과 10.9% 오른 2019년에도 사업체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수가 2017년 401만여 개에서 2018년 83,330개 증가해 410만여 개가, 2019년에도 73,377개 늘어 417만여 개가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정경은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감소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2020년 임금노동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자료를 보면 임금노동자 증감률은 2018년 4월, 9월 기준 각각 0.7%, 0.2%였으며, 2019년에도 1.4%, 2.6%로 늘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4월 -1.9%, -0.5%로 감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경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고용주와 소상공인에 대해 재정 투입을 통해 구제해야 한다”라며 “최저임금 억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5년 차 최저임금 인상률(33.1%)보다 1.6%P 높은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21.5%)와 비교하면 13.3%P 높았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 최저임금이 국제 수준보다 높다는 재계의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최저임금이 “2019년 US$ 구매력 평가 기준 8.6달러로, OECD 회원국 중 11위로 중간 수준”이라며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8개국은 단체교섭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할 경우 한국 최저임금 순위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민주노총 “2022년 최저임금, ‘가구생계비 중심’으로 고려해야”
민주노총은 가구 생계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안을 논의 중이며 한국노총과 협의를 거쳐 오는 6월 셋째 주에 열릴 정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요구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가공·분석해 산출한 2019년도 실태생계비는 224만 원(1인 가구)에서 585만 원(4인 가구) 수준이다. 이를 1인 가구 기준 2019년 최저임금(174만5150원)과 비교하면 실태생계비의 77%에 불과하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021년 최저임금으로 생계비 충족률을 비교해도 1인 가구 기준 81.1%밖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코로나19로 실태생계비가 전년보다 감소해도 생계비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역대 최악의 인상으로 불평등·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노동자 생활수준을 하락시키는 등 총체적 문제를 발생시켰다”며 따라서 “2022년 최저임금은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 등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맞는 최저임금 개정안도 제안했다. 개정안에는 △가사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적용 △최저임금 결정 시 가구생계비 반영, 사업 종류별 구분 폐지 △수습 중 노동자에 대한 감액규정 삭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및 통상임금 간주 △택시업종 최저임금 산정기준 명시 △도급인 책임 강화 등 14개 내용을 담았다.
민주노총은 지난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전원 교체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1노총이 되어 관례대로 노동자위원 전체 9명 중 5명 추천을 요구했으나 추천할 수 있는 위원 수가 4명에 그쳤다. 민주노총이 추천한 5명의 노동자위원 중 정부가 4명을 위촉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노총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오는 6월 15일 예정된 3차 전원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아직 내부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기사제휴=은혜진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