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KT하청노동자 사망사고···안전장비 지급 안 돼

13:21

경북 포항 KT 사업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417kg 무게 광섬유케이블(케이블드럼)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현장에선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노조는 KT 차원의 책임자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따르면 14일 오전 7시 5분경 KT대구본부 포항 흥해사업소에서 케이블드럼을 옮기던 중 50대 하청노동자 A 씨가 케이블드럼에 깔려 사망했다. 노조는 417kg 무게 케이블드럼을 트럭에 싣기 위해 밧줄로 케이블드럼 상부를 매듭으로 묶었으나,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던 중 매듭이 풀려 아래에 있던 A 씨를 덮쳤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30년 경력 KT통신외선공 A 씨는 KT대구본부 하청업체 B 통신건설에 지난 4월 입사했다. B 통신건설은 ‘KT 2021년 북포항, 울진, 영덕 지역시설 공사’ 협력업체다.

노조는 이번 사고가 ‘죽음의 외주화’로 현장의 위험을 대비하지 못한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한다.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 KT상용직대구경북지회는 “작업자들에게 안전모가 지급되지 않았고, 케이블 드럼을 밧줄이 아니라 쇠고리로 고정했어야 한다. 사업자 측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최근 사측과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중량물작업 안전펜스 설치와 안전관리자 및 신호수 배치를 통해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책정된 비용이 없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안전모 지급은 현장에서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밧줄과 쇠고리 관련한 부분은 관련 법령을 더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원청 관련자들을 포함해 사고 경위 조사를 할 예정이다.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최종적으로 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는 대구 중구 KT대구본부 앞에서 KT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5일 오전 노조는 대구 중구 KT대구본부 앞에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시행을 예고하고,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하는 등 정부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사고를 줄이는데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런 죽음을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고 받아들였다면 이런 죽음은 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에 대한 부검이 끝나고 오늘 오후 경북 칠곡에 장례식장이 마련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