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 발간, “범정부적 정책 마련”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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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를 발간하며, 정부에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을 펴나갈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정신장애인의 고용 및 주거 등 일상생활을 비롯해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과정, 치료 상황, 인식 수준, 재난상황 인권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한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법률 전문가,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 전문가, 현장 실무자, 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등 광범위한 의견이 반영됐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2018년 기준, 정신 및 행동장애 환자의 평균 재원기간은 한국 176.4일, 벨기에 9.3일, 스웨덴 15.7일, 영국 35.2일, 스페인 56.4일로, 정신의료기관 평균 재원기간이 OECD국 평균보다 길다.

국내 비자의 입원율은 32.1%로 높게 나타났다.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하는 비율은 27.4%로, OECD국 평균(12%)의 2배에 달한다.

정신장애인은 생계와 고용 등의 영역에서도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있다. 정신장애인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80만 4000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361만 7000원, 장애인 가구 평균 242만 1000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고용률은 15.7%로, 15개의 장애영역 중 4번째로 낮게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사는 비율은 16%로, 전체 장애유형 중 가장 높다.

정신장애인의 가족 구성원의 돌봄 부담도 크게 나타났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30%는 ‘가족을 돌봐야 해서 결혼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무엇보다 정신장애인과 그의 가족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건,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다”라고 짚으며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은 위험하거나 무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과, 그에 기반한 정신장애인의 자격증 취득 및 취업제한 법률은 이들의 자립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반영해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한 4대 기본 원칙과 7대 핵심추진과제, 그리고 27개의 세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4대 기본원칙으로는 △인간존엄에 기반을 둔 자립과 자립의 보장 △국가의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존중·보장·실현 의무 △비차별과 사회통합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제시했다.

아울러 7대 핵심추진과제로는 △지역사회 거주 정신장애인의 사회권 강화 △차별과 편견 없는 정신장애인 사회 통합 △탈원(시설)화를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복지체계 구축 △입·퇴원 절차 및 심사제도 개편 △존엄성에 기반한 치료환경 마련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의사결정제도의 개선 △재난상황에 따른 정신장애인 지원 및 인권 보호를 제시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수준이 모든 영역에서 향상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을 수립·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013년 OECD와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이미 권고한 바와 같이, 정부는 정신장애인과 관련된 국내 법률 및 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며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가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하고 향상하는데 중요한 청사진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기사제휴=이가연 비마이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