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째 파업 투쟁 중인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정부와 여당이 고객센터 직영화를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고객센터지부는 16일 오전 전국 민주당사, 소속 의원실 등 7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파업의 책임은 정규직 전환 정책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외주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지적됐다. 지부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10명 중 9명은 우울증 고위험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 병을 키우는 노동자들마저 존재했다. 휴가를 주지 않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하청 간의 평가 경쟁은 얼마나 많은 콜 수를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원에 대한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없다”며 민간위탁 운영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관련 질의를 할 예정이다.
양목희 서울지회 조합원은 더불어민주당 여의도당사 앞 기자회견에서 “2013년 입사해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 열심히 일했다. 8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급여액은 달라지지 않았고, 근로조건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우리를 위하는 줄 알았던 ‘백화점 상품권 1만 원 프로모션’, ‘휴식 시간 20분 프로모션’, ‘명절 선물세트 프로모션’ 등이 회사가 상담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묵묵히 일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다. 내 인권, 내 권리가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와 같은 일을 동료가 겪지 않고, 내 자녀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숙영 지부장은 “1997년 IMF 위기로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앉았다. 과거 유선전화상담 업무는 건보공단 정규직들이 전화방이라는 곳에서 했던 일이다. 그 이후 많은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무도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지 않았다”며 “그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통받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경쟁하게 됐고, 권력으로부터 버림받아 회사와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1단계에서 정규직 전환이 돼야 했던 고객센터는 민간위탁 업체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언론 뒤에 숨어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등 엉뚱한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4대 보험 업무를 하는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는 모두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지만, 건보공단은 정규직 전환이 되고 있지 않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정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후퇴했다. 그 결과는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민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국민 지지를 위해서는 대선 공약이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지부는 더불어민주당 측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부는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직영화를 위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상의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요구 중이다.
기사제휴=은혜진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