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폭증…1년 간 2,800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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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국 출신의 84세 남성이 아침 산책 도중 공격을 받아 숨졌다. 같은 달 31일에는 91세의 아시아 남성이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 땅바닥에 떠밀렸다. 2월 3일 뉴욕에선 61세의 필리핀 남성이 지하철 안에서 얼굴을 베였다. 같은 날 오클랜드에선 71세 아시아계 할머니가 길을 건너다 강도를 당했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오클랜드에서 지난 2주 간 아시아계 미국인이 당한 혐오폭력의 건수는 20회가 넘는다.

▲ 아시아계 미국인 노인이 공격받은 장면 [출처: DemocracyNow!]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 범죄와 차별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증오범죄에 대응해온 미국 인권단체 STOPAAPKHATE는 9일(현지시각) 지난해 3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2,808건의 혐오 폭력 사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STOPAAPKHA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체적 폭력은 8.7%를 차지했고, 언어를 통한 괴롭힘은 70.9%, 회피 등은 21.4%를 기록했다. 이중 직장 내 차별이나 서비스 거부 등 명백한 시민권 침해는 8%에 달했다. 차별이 발생한 주된 장소는 기업으로 전체의 38.1%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또 20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혐오 폭력이 전체의 13.6%, 60세 이상 노인이 7.3%를 기록해 취약계층이 혐오폭력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남성보다 2배반 더 많이 공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출신 별로는 중국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폭력이 전체의 40.7%를 기록해 가장 많았고, 한국계가 15.1%로 2위를, 베트남 출신이 8.2%로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가 많은 주에서 가장 많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에선 혐오 폭력의 43.8%가 일어났고, 뉴욕에선 13.0%로 나타났다.

STOPAAPKHATE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폭력은 우리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사건들은 증오, 차별, 폭력으로부터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며 팬데믹 당시 반 아시아 정서를 부추겼다”며 “이것이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과 폭력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휴=정은희 참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