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방침에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역 의견 수렴이 부족해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3시 김 위원장은 대구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소속 청년들이 이건희 미술관 부지 서울 결정에 항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역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가 없었던 건 아쉽다. 다음에 또 다른 일을 결정해야 한다면 지역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날 박준우·지민준 대구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김 위원장 경북대 연구실을 찾아,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등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적 정책 결정을 비판했다.
지민준 위원은 “이번 정부는 원전 정책도 숙의 민주주의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왜 이건희 미술관은 안 되나. 효율성만 따질 거 같으면 모든 시설이 다 서울에 가야 하지 않나”라며 “지역은 소멸 위기다. 스스로 혁신 못 한 잘못이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혁신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거 같다. 서울 공화국이라 불러도 할 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지자체도 시설 지을 때 주민 공청회를 거친다.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한 것으로, 지방자치법이나 균형발전법 취지도 무색하게 하는 조치다. 공정이 화두인 요즘 오해 살 법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박준우 위원은 “이건희 미술관은 부족한 문화시설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도 관련된다”며 “지역 청년들이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청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싶은데 방법이 마땅찮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가족공원과 송현동으로 압축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구, 부산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문체부 결정을 비판했으며,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철회를 요구하는 기초단체장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 모임’도 입장문을 통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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