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④ “제2대구의료원 건립,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인터뷰] 김종연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대구 공공보건의료체계 이끌 주체 부족···“권한은 없고 미션만”

16:17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천명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을 앞두고 대구 공공의료를 ‘어떻게’ 강화하고, 지원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① 2021년 6월 현재, 대구의료원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② 진단,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③ 처방, 제2대구의료원이 나아갈 길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④ “제2대구의료원 건립,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⑤ “좋은 공공병원, 지자체 정책 의지가 중요해”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⑥ “공공병원, 잠재 응급환자 소화할 수 있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⑦ “대구는 정말 의료 자원이 충분한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⑧ “제2대구의료원 건립, 뉴노멀과 올드노멀의 경쟁될 것”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해서, 이제 꼬박 운영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 동안 지원단은 대구시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과 시민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조사와 활동을 이어왔다. <뉴스민>은 지난 6월 29일 김종연 지원단장을 만나 지원단의 지난 1년에 대한 소회와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 방향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 우선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출범 1주년을 맞았는데, 평가를 한다면?

인력이나 규모에 비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곤 생각하는데 그 일들의 완성도는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원단이 만들어지면서 하고 있는 일 중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구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민들의 공공의료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공공의료 협력체계 구축은 최근 대구의료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되고 하반기에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구성될 텐데, 아직 틀이 잡혀가는 단계여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시민들의 공공의료 인식 개선은 솔직히 아직 많이 멀다. 아시다시피 지원단이 사업을 하는 기구는 아니어서 노력을 하곤 있지만,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실행 기관에서 시민 인식 제고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 1년 경험을 통해 새롭게 인식한 대구 공공의료의 문제점이 있을까?

아직 한 게 별로 없어서···(웃음).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책임 있게 이끌고 사업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기구가 없다. 아직은 공공보건의료위원회도 없고, 지역책임의료기관도 한 곳(동북진료권)은 없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지역 여러 유관기관을 끌고 가야 하지만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을 때,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이런 걸 해보자고 했을 때 지역 의료기관이 안 따라도 무방하다. 미션은 있지만, 권한이 없는 상태다. 물론 각 기관이 협조는 할 수 있다. 그것 역시 각 기관의 필요에 따라 하게 될 뿐이다.

하반기에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구성되어도 위원회가 특정한 아젠다를 발굴해도 위원회가 그걸 실행할 수 있겠느냐는 다른 문제다. 정부의 제2기 공공보건의료계획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인적, 양적 확충도 있지만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이야기 했고, 원외협의체를 통해 권역책임의료기관이 풀어가도록 되어 있지만, 구성원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 공공의료 협력체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있더라도 집행할 여력이 없다는 거네요.

이제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다만 권역책임의료기관이든 공공보건의료위원회이든, 유관기관과 협력해서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끌고 갈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예산이라든지, 권한. 중앙 정부에서 주지 않으면 대구시가 예산을 만들어서 주고 그걸 갖고 하라고 한다든지 해야 한다.

▲김종연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을 만나, 지원단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민 자료사진)

= 자연스럽게 대구 공공의료체계가 안고 있는 빈틈에 대해 이야길 해보자. 지난번 토론회1에서는 급성기 병상 이야길 하셨다.

대구시에서 응급의료추진단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대구가 사실은 응급의료 측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선진화되고 많은 사업 모형을 만들어내는 지역이어서 다른 지역에서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응급만의 문제로는 이게 해결이 안 된다. 지금도 경북대병원이나 영남대병원,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은 터져 나간다. 왜 그렇게 예산을 투자해서 응급실 과밀화 해소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터져나갈까를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상급종합병원 안 가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중·소 병원이 있어야 하는데 대구엔 별로 없다. 대구의료원도 그런 역할을 못 한다. 대구의료원은 왜 못하느냐면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질환이 많지 않다.

= 대구의료원이 응급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지금 대구의료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되어 있다. 지역응급의료센터급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센터급으로 해서 암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교통사고, 뇌졸중부터 해서 소화기 쪽 응급 수술은 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 시켜야 한다.

= 대구의료원은 지금 잘하는 걸 특화시키고, 제2대구의료원에 그 역할을 맡기는 방향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게 병원을 무조건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게 아니다. 큰 그림에서 제2의료원을 적절한 규모로 지을 거라면, 대구의료원은 특성화해서 소아과 아니면 정신과, 노인요양이라든가 이쪽으로 특화시키고 제2의료원은 급성기 질환 중심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그림도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료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이야길 하지 않고, 인력 보강하고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물론 인건비 현실화도 중요한 문제이고, 실제로 지금 논의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인건비 현실화 명목으로 대구시가 돈을 쓰고 나서 ‘돈 줬는데 왜 문제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하면 대구의료원도 난감해진다.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렇다. 지난번 토론회에서도 이야길 했지만 제2의료원 연구용역이 내년 2월 정도면 끝나고 예비타당성 관련 일이 추진되고, 잘 풀려서 내년 중·하반기에 확정되더라도 완공까지 3, 4년이다. 2026년, 2027년에 대구의료전달체계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현재 어떤 문제가 있고, 이걸 해결하기 위한 모습을 그리고 그리로 가기 위해 제2의료원과 대구의료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에 대한 모습을 그려야 한다. 단계적으로 대구의료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제2의료원 어떤 모습으로 설계되어야 할지가 나와야 한다.

그걸 누가, 어디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주 이상적인 방법은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만들어져서 대구의료원의 역할이나 제2의료원 역할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면 하는데 아직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상이 없는 상황이다. 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서포트를 해줬으면 한다. 또 공공의료협력체계의 일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시민단체가 공공보건의료협력체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함께 해줬으면 한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1.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