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 한 해 동안 사용한 예산의 적절성을 따지는 회의에서 시의원이 본인 지역구 민원 문제만 하소연한다면? 그 시의원이 지역 개발 호재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는 토지를 보유했다면? 그런데 지역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대구시의 행정을 사전에 알고 제동을 걸려고 했다면? 적절한 의정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안경은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안심동)은 28일 열린 대구시의회 283회 정례회 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발표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차량기지 통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안 의원은 이 과정에서 ‘월배차량기지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발표를 늦춰달라고 부시장에게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24일 월배차량기지를 안심차량기지로 통합하는 ‘월배차량기지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 이전하게 되면 안심차량기지가 20% 정도 커지게 되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예견됐고, 실제로 발표 당일 안심3동 주민자치위원회는 통합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인 안경은 의원도 거들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지난해 예산 결산과 예비비 지출 승인을 두고 총괄 및 정책 질의가 진행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시장이 용역 뒤에 숨었다”며 대구시를 비판했다.
안 의원은 “시장을 아직 못 만났다. 비서실장한테 얼마나 뭐라고 했느냐, ‘뭐 하는 짓이야, 비서실장 뭐 하는 짓이야’ 어려운 대구시 상황 시장과 의논하고 풀어야 하는데, 용역 뒤에 숨었다고 하더니만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그래서 부시장을 만나지 않았느냐, 용역 발표를 좀 늦춰라. 조금 뒀다가. 그래도 지역에 나름대로의 탄력성을 줘야지 이렇게 바로 발표하면 (의원은) 지역 가면 역적이 된다(고 했다)”며 “지금껏 안심에 뭘 해놨나? 대구시에서 이용만 했다”고 주장했다.
본인 지역구 발전에 저해가 되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인데 내용은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 LH 투기 논란 이후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용역 결과를 발표를 사전에 인지한 의원이 발표 시기를 조율하려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더구나 안심 지역에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언론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안 의원은 안심뉴타원사업 시행 두 달 전에 사업지 인접부지를 매입한 경력이 있다. 안 의원은 동구 율암동 소재 토지 1필지를 2017년 6월 지인과 매입했는데, 이 땅은 안심뉴타운사업지구와 이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관련기사=안경은 대구시의원, 안심뉴타운사업 두 달 전에 사업지 인접부지 매입(‘21.3.25))
안 의원의 아들도 연료단지 인근에 땅을 갖고 있는데, 해당 부지는 농지임에도 작물을 심은 흔적은 없고 건축 자재만 널브러져 있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었다. 대구MBC는 지난 5월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했는데, 당시 안 의원은 “농지법 위반이면 아들한테 이야기하세요. 아들한테. 내 소유도 아니고 아들한테 가서 농지법 위반이라 하세요”라고 반응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안심지역 땅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대구시의원이 용역결과를 늦춘다고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에서 사전 정보를 이용해 부시장에게 용역을 늦춰달라고 요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지역민들에게 이런 노력을 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견제, 감시는커녕 청탁을 한 셈이니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