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천명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을 앞두고 대구 공공의료를 ‘어떻게’ 강화하고, 지원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① 2021년 6월 현재, 대구의료원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② 진단,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③ 처방, 제2대구의료원이 나아갈 길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④ “제2대구의료원 건립,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⑤ “좋은 공공병원, 지자체 정책 의지가 중요해”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⑥ “공공병원, 잠재 응급환자 소화할 수 있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⑦ “대구는 정말 의료 자원이 충분한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⑧ “제2대구의료원 건립, 뉴노멀과 올드노멀의 경쟁될 것”
10년차 대구의료원 간호사 이가현(가명) 씨도 퇴직과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20명이 의료원을 나갔다. 간호사 이직은 잦은 일이긴 하다. 병원간호사회가 회원 20인 이상, 병상 150개 이상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를 보면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2017년 42.7%, 2018년 45.5%, 2019년 44.5%로 절반에 가깝다.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규’ 간호사가 아니라 15년 이상 의료원에서 일한 수간호사급에서도 이직하는 간호사가 있기 때문이다. “제가 10년차인데요. 10년차만 되어도 이직을 잘 안 하는 연차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제 연차에서도 많이 그만두고 나가고, 수간호사는 15년차 이상인데 그런 분들 중에서도 나가고 있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높은 간호사 이직률 그리고 간호사 인력 부족은 대구의료원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지방의료원 공공성 약화의 주된 원인이다. 최근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대구의료원노동조합이 의료원 직원 75.7%(401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료원 공공성 약화 등의 원인으로 간호사 인력 부족(51.3%)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도 48.5%로 세 번째로 높다.
‘매우 그렇다’는 답변만 추린 것으로, ‘그렇다’는 답변까지 확대하면 간호사 인력 부족은 88.2%,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은 90.5%에 달한다. 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의 순위가 뒤바뀐 것인데, 서로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선두에 있는 대구의료원 구성원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직률 증가와 인력 부족 심화는 더 가속화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구의료원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주관식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 의료원 내부 분위기가 엿보인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데,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병동 이사, 오픈하고 닫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직원을 갈아서 병원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가 지속된지 1년이 넘었는데, ‘우리가 할 일’이라는 명목으로 강압적으로 요구만 하는 대구의료원, 이제 너무 견디기 힘들다”
아무런 개선 없는 지난 1년 6개월
경영진과 현장 간호사들 간 인식차도
선별진료소 24시간 운영하는데
야간엔 응급실이 병행···운용의 묘?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간호사들이 하는 일을 쉽게 보는 분위기가 있으며, 직원들 스스로 ‘갈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너무 견디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가현 간호사는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매우 사실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감염병전담병원이라고 매스컴에도 많이 뜨고, 사회 인식도 높아졌는데 아무런 개선은 되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무런 개선이 없다’는 인식은 의료원 공공성 약화 원인 중 두 번째로 높은 선택을 받은 답이기도 하다. 응답자 49.1%가 ‘정부와 대구시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 투자부족’이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이유로 ‘매우 그렇다’고 꼽았다. ‘그렇다’까지 포함하면 88.3%로 늘어난다. 정부와 대구시가 공공의료에 무관심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사이, 간호사들은 지쳐 떠나고 공공성은 약화된다는 의미가 된다.
경영진과 현장 간호사들 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 차도 엿보인다. 6월 현재 대구의료원에는 간호사 194명이 근무하고 있다. 간호사 정원 248명 중 충원율 78%다. 대구의료원 인사팀은 정원 248명은 의료원 전체 병상을 가동할 때 필요한 인력이라고 설명한다. 현재는 음압병상 200개, 공공격리병상 155개 등 355개를 운영 중이고, 이 역시 환자가 모두 입원한 상태는 아니어서 현재 인력 현황이 심각한 부족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식 차이는 선별진료소 운영 방법에서도 드러난다. 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운영 초기에는 2~3교대로 24시간 운영했지만 현재는 밤 10시 30분 이후부터는 별도 인력 없이 응급실 의료진이 커버하고 있다. 심야에는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이라는 건데, 응급실 의료진은 그만큼 업무 하중이 더 실리게 된다.
이 간호사는 “응급실 근무 간호사들 이야길 들어보면, 선별진료소 나가려면 기본 보호복 착탈의 시간이 있고,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도 나가야 해서 응급실 의사가 응급환자 진료도 보고 선별진로소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요. 그만큼 응급실 환자 대기시간도 길어지구요”라고 설명했다.
대구의료원 인사팀 관계자는 인력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 병상수가 600명 수준으로 달려갈 때 정한 정원 기준이다. 정원 기준을 조정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운영 문제는 “인력 부족의 문제는 아니고 그간 운영 경험을 통해 나온 운용의 묘”라고 전했다. 의료원은 올해 일할 수 있는 신규 간호사 예비 인력 80명을 지난해에 채용해둔 상태다. 인력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급하는데, 80명 중 7명이 올해 들어 새로 의료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대구의료원은 연중 대략 210명 안팎으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운용의 묘’는 ‘묘’를 가능하게 하는 직원들의 헌신으로 채워진다. 직원들이 헌신으로 ‘묘’를 발휘하는 사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헌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지만, 대구의료원은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 앞선 설문조사에선 간호사들만을 대상으로 사직 이유도 물었는데, 응답자 87.5%가 보수가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중한 업무는 40.3%로 뒤를 따랐다. 업무가 과중해도 보상이 충분하면 견딜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간호사는 “하고 있는 일에 비해 대우가 충분치 않다고 다들 느끼고 있어요”라며 대구동산병원을 언급했다. 그는 “같이 코로나를 겪었는데 동산병원은 이직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들었어요. 저희 병원에 문제가 있어서 이직률이 높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동산병원은 이직율 높지 않다”는 지적
다른 의료원과도 비교되는 현실
대구의료원은 여전해···‘잊지말라’는 당부
실제로 대구의료원 임금 체계는 종합병원뿐 아니라 다른 지역 의료원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봉직 의사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평균 임금은 낮아서 다른 직군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간호직의 경우에는 서울의료원, 부산의료원, 인천의료원과 비교할 때 3개 병원 대비 평균 88.5% 수준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간호사들 간에도 차별적인 수당 지급 문제가 생겨서 이들을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국가가 지정한 병동에서, 지정한 기간에 일한 간호사에게만 수당을 지급했고, 지정하지 않은 병동은 코로나19 환자를 보더라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간호사는 “다 같이 고생했는데, 그 기간에, 그 건물에서만 일한 분들만 수당을 받으니 나머지는 김이 샜죠. 받는 분들도 찝찝하구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상황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대구의료원 직원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까지 나왔다.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시민 서명을 통해 대구시에 대구의료원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청구했고, 지난 18일 오후 열렸다. 패널 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청중 질의응답 중 스스로 대구의료원 직원이라고 밝힌 참석자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488일(18일 기준)째 간호사들은 레벨D 보호복 입고 있는데, (패널 중) 한 분도 그것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분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 잊혀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중요하지 돈은 그다음 문제”라며 “488일이면 1년 반인데, 그만큼 보수도 처우개선도 제대로 된 것 없다. 작년 신천지 사태 직후 언론에서 다뤄주었는데, 백신 접종으로 가면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선 언론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일하는 간호사들, 직원들 생각하는 토론이 됐으면 한다”고 끝맺었다.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은 제2대구의료원 건립에 대한 반대 심리로 드러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의료원이 더 좋은 공공병원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물음에서 ‘공공병원 확대(제2의료원 건립)’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57.1%(매우 그렇다 16.1%+그렇다 41%)에 그쳤다. 전체 8개였던 보기 중에 긍정 비율이 가장 낮고, ‘매우 그렇다’도 다른 응답에 비해 1/3 수준에 그쳤다.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현재 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없어 더 나아지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제2의료원으로 인해 지원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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