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부동산 수익 예상되는 산업단지공단, 직무유기 논란

공단 구조고도화는 땅투기...노동자는 고용불안에 떨어

15:19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의 사옥과 부지 매각에 나서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돼 논란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공단 구조고도화’를 추진한 후 땅값이 크게 올랐지만, 매각 이후 공단시설과 공단 노동자를 위한 지출 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산단공이 2009년부터 추진 중인 ‘구조고도화’는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공단 사업을 개편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복합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등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그 일환으로 고층 건물 같은 새로운 시설과 건물을 세우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 등은 16일 서울 구로구 한국산업단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단공이 직무유기를 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산단공은 사옥을 매각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토지 예정 가격은 670여억 원.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2000년 1㎡당 73만 원에서 2015년 446만4천 원으로 6배 이상 올랐다.

이렇게 땅값이 오른 것은 ‘공단 구조고도화’ 탓이다. ‘구조고도화’는 지식 기반의 복합단지 설립과 함께 노동자를 위한 주거 및 복지 시설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노동자의 주거 공간이 될 수 없는 대형 호텔 건설을 허용했다. 여기에 공원화를 기대했던 디지털 단지 내 마지막 공터인 정수장 부지에 R&D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나서면서 서울디지털단지의 지가는 전국지가 상승률과 비교해 배 이상으로 값이 뛰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일부 업체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엔 ‘근로자의 후생복지 향상’ ‘기업시설 지원’ 등의 책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산단공이 관리해야 할 서울디지털단지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오히려 하락했다. 2013년 서울디지털단지 노동자 2800여명을 대상으로 민주노총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15.7%였다. 또 전국에서 노동자 밀집률이 가장 높은 공단이지만 복지시설은 찾기 힘들다.

공단구조고도화
▲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 서울 남부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등은 16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노조는 ‘구조 고도화’ 피해자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해 9월, 노조와 교섭자리에서 구로 공장부지를 팔았다며 연말까지 공장을 비우라고 일방 통보했다.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절차라 보고 부지매각과 공장이전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신애자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장은 69일째 공장 내 16m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이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2005년 몇몇 생산직 노동자들을 남기고 본사와 연구소를 충북 오창으로 옮긴 전례가 있다. 사측은 그로부터 2년 후 신설법인을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전적을 강요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고용보장 약속을 어기고 신설법인으로 옮긴 모든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공장 이전을 거부하는 하이텍알씨디의 노동자들은 하이텍코리아의 매각을 승인한 산단공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산단공 측은 반응이 없다.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기획총괄팀 관계자는 “공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항간에 떠도는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들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산단공 본사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의해 2014년 대구로 이전한 상태다.

박준도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은 산단공 측이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박 팀장은 “공단 구조고도화로 공단 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고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시설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막대한 이윤을 남기면서도 억울한 노동자, 지역주민을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기사제휴=참세상/박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