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열리지 않은 지역 미인대회 일부가 올해 개최를 준비 중이다. 인권위와 여성단체는 여성을 신체 등급화하고 전시하는 미인대회에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 <뉴스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 8개 구·군과 경북 23개 시·군의 최근 5년간(2016~2020년) 미인선발대회 개최 여부를 확인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는 대부분 행사가 진행되지 못 했다.
다만, 2019년 당시 미스 경북 선발이 치러졌던 성주군 대신 2020년에는 청도군이 포함됐고, 1억 원의 군비를 투입해 지난해 유일하게 개최됐다. 청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자체는 격년제로 치러져 왔고, 2020년은 코로나 영향으로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경북 김천시·안동시·영양군·영천시·경산시 5곳은 여전히 미인대회가 유지되고 있고, 영주시는 지난해부터 폐지한 것으로 확인했다. 해당 지자체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영주시를 제외하고는 일시 중단 일뿐 전면 폐지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중 경산시와 영양군은 올 하반기에 미인선발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민>은 지난 2019년에도 정보공개청구로 미인대회 개최 현황을 확인한 바 있다. (관련기사=경북 6곳, 아직도 ‘특산물 아가씨’ 뽑는다(‘19.6.20)) 당시 경북 김천시·영주시·안동시·영양군·영천시·경산시 등 6곳에서 지역 특산물 홍보 일환으로 미인선발대회를 개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특히 지원 조건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나이 제한을 둔 것이 동일했다. 지원 예산은 최소 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적지않은 예산이 소요됐다.
지난해부터 미인대회를 폐지했다고 밝힌 영주시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3년마다 경북도에서 사업을 평가받는데, 인삼 아가씨 홍보대사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지난 해에도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홍보행사를 진행했지만 미인대회는 진행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개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한 지자체 담당자는 젊은 여성이 지원 조건으로 명시된 것에 대해 “홍보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선 직장인이나 주부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남성을 뽑지않는 이유는 바로 답변드리기가 어려운데 전통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크게 논의된 바는 없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홍보대사로) 호감을 사기가 좋고, 개인을 알리고 싶은 수요가 더 높지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이 2019년 경북도, 대구시, 대구 동구청을 상대로 지자체가 미인대회에 예산을 지원하는 게 성차별이라고 진정한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인권위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결정문에서 “여성을 신체 등급화하고 전시하는 미인선발대회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지자체장의 예산 지원 및 사업 운영의 관행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송경인 (사)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성별영향분석 등으로 성인지 관점이 부족한 지자체 사업을 거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연례행사처럼 뿌리깊게 내려진 미인대회가 정책적으로 아직도 걸러지지 못했다”며 “미인대회는 상품화되어서는 안 되는 대상을 상품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성평등 관점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성인지 감수성이 더 높아지고, 이런 문제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며 “미인대회를 개최하는 지자체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꾸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해 미스경북대회에 5,000만 원을 지원했다가 논란이 되자, 올해부터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북도비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브랜드인 ‘실라리안’을 통해 2,200만원은 계속 협찬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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