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구역별 청소대행업체가 바뀌면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도 청소 구역을 옮기게 돼 노동자도 주민들도 불편함을 겪게 됐다. 권역을 옮기게 된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동구청은 근무지를 변경해 고용하는 것도 고용승계로 볼 수 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동구청은 담당 지역을 3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 생활폐기물 대행업체를 따로 선정한다. 2월 18일 현재 계약 만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환경미화원들은 자신이 어느 구역에서 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현재 2구역(효목전동, 불로봉무동, 지저동, 도평동 일부,?동촌동, 방촌동, 공산동 일부)을 담당하던 A업체가 2016년 3구역(해안동 일부, 안심1동, 안심2동, 안심3?4동 일부)대행업체로 낙찰되면서 2구역에서 일하던 환경미화원들을 3구역에 함께 데리고 가겠다고 한 것. A업체와 계약이 만료된 환경미화원을 A업체가 다시 고용하면 고용승계라는 발상이다.
동구청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에 따라 업체 변경 시 환경미화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은 공공기관이 청소 업무 등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용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인 공공기관에서 고용 불안 없이 일할 수 있는 보호망을 제공하는 취지다.
A업체의 주장에 2구역에 새롭게 낙찰된 B업체도 기존 1구역 업체가 자기 계열사라며 1구역 환경미화원을 2구역에 고용하길 주장했다. 이에 기존 3구역 환경미화원도 구멍이 난 1구역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1, 2, 3구역 환경미화원 모두 자리가 바뀌게 된다.
현재 3구역에서 일하는 김한구(가명, 60대) 씨는 이런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 김 씨는 “3월 1일부터 업체가 다 바뀌는데 1구역 업체에 지원서를 내야 하는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며 “4년 전까지는 업체 따라서 구역을 바꿨다. 자꾸 구역이 바뀌면 업무에 지장을 주니까 구역은 안정적으로 보장한다고 했었는데 올해 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생활폐기물 수거는 문전 수거이기 때문에 골목골목 집집마다 다니면서 청소해야 한다. 거리마다 특색도 다른데, 또 구역이 바뀌면 코너가 어디 있는지 위험요소가 어디 있는지 더 신경 써야 한다”며 “그만큼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남효동 동구청 환경자원과 청소환경담당은 “고용승계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존 회사가 다른 구역에 낙찰되면 데리고 갈 수도 있고, 그 구역에 있던 사람을 채용할 수도 있고 그건 회사가 판단할 일”이라며 “다만, 업체와 계약 체결 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고용 승계한다는 확약서를 썼기 때문에 고용에 배제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가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역 변경으로 인한 업무 적응 문제에 대해서도 “인수인계 과정도 있고, 구역 변경에 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동구 불로동에 사는 한 주민 원호심(가명, 26) 씨는 “일하는 사람들 구역이 업체가 바뀔 때마다 바뀌면 업무 파악하는 데만 최소 몇 개월이 걸릴 거다. 그 불편은 주민들에게 다 돌아오고, 그 욕은 일하는 사람들이 듣게 될 텐데 업체와 구청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소환경노동자 김 씨는 “A업체가 동구청에서만 십몇 년 째 생활폐기물 대행을 하는데, 여기에만 노조가 없다”며 “자기들 편한 사람들이랑 일하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했다.?실제로 A업체는 동구청 생활폐기물 대행업체 중 유일하게 노조가 없다.
이에 대구일반노조와 대구참여연대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A업체가 3구역 환경미화원을 고용하는 것이 정부 지침에 맞는 고용승계와 고용유지”라며 “불필요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필요도 없고, 업무 효율성도 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만 동구청장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 피해는 결국 주민들이 입었다. (이번 사건은) 대행계약 권한을 가진 구청이 수십 년 동안 한 업체에 끌려다닌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동구청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앞으로 기자회견, 시민 행동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업체는 지난 12월 참여연대가 대구시 8개 구?군청 청소대행업체를 상대로 낸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