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살해된 3세 유아 A의 친모 석 모(48) 씨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한 새로운 증거로 A가 발견된 빌라에서 확보한 배꼽폐색기와 체포 당시 석 씨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을 공개했다.
17일 오전 11시 10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몇 가지 추가 증거를 내놓으며 석 씨가 A를 출산하고, 딸 김 모 씨가 낳은 B와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
검찰이 이날 내놓은 증거 중 눈에 띄는 것은 배꼽폐색기와 동영상이다. 검찰은 배꼽폐색기를 통해 석 씨의 출산과 아이 바꿔치기를 입증하고, 동영상으론 석 씨가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로 제출했다.
배꼽폐색기는 출산 후 신생아 배꼽에 남은 탯줄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검찰이 확보한 배꼽폐색기에는 숨진 A의 잔여 탯줄이 발견됐는데, 검찰은 해당 배꼽폐색기의 이음새 부분이 파손된 것에 주목했다. 불상지에서 A를 낳은 석 씨가 이미 사용한 배꼽폐색기를 재사용했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검찰은 김 씨가 원래 낳은 B에게 부착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확인된 자료론 병원 출산이 확인되지 않고, 제3자의 도움을 받거나 홀로 불상지에서 출산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이미 사용된 배꼽폐색기를 재사용하는 과정, 아니면 김 씨 자녀(B)의 배꼽폐색기를 빼내서 피고인 자녀(A)에게 부착하는 과정에서 파손됐다고 추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재판에서 검찰은 석 씨의 출산일을 김 씨가 출산한 2018년 3월 30일보다 열흘 가량 빠르다고 추정했다. 이 시기 석 씨가 다니던 직장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주장을 요약하면 김 씨가 B를 출산하기 열흘 전에 A를 출산한 석 씨가 B와 A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B에게 부착된 배꼽폐색기를 떼어내 A에게 부착했다는 설명이 된다. 그 과정에서 폐색기 파손도 발생했다.
다만 석 씨의 변호인은 집으로 돌아와 김 씨가 돌보던 아이의 배꼽(잔여 탯줄)이 떨어진 시점이 4월 9일이기 때문에 검찰이 특정하는 바꿔치기 시점(4월 2일)과 모순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바꿔치기 당시 A, B 둘 다 잔여 탯줄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모순되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석 씨 체포 당시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망한 여아 친모가 당신으로 확인됐다. 당신을 체포하겠다는 말에도 피고인은 당황하거나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석 씨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어서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정에서 공개된 영상을 보면 석 씨는 다른 아이를 안은 상태로 큰 반응 없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고지를 청취했고, 순순히 경찰 요구에 응했다. 경찰이 영장 집행 고지를 끝냈을 땐 물을 한 모금 마시기도 했다.
변호인은 “통상과 다른 거동을 보였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사후적으로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냥 하는 자료로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선 피고인 입장에서 우려스럽다”고 변론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석 씨의 딸 김 씨가 출산한 산부인과 간호사 진술과 당시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산모들의 진술을 통해 모자동실이 오전부터 밤 8시까지 자유롭게 이뤄졌고, 간호사가 산모들이 있는 곳에 상주하자 읺았으며, 병원 출입이 자유로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신생아 발목에 채워진 식별띠가 풀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짚었다. 석 씨가 병원에서 모자동실 절차를 이용해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검찰 주장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한편 변호인은 “피고인이 지금까지 유전자(DNA) 검사 결과 부분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어서 외부 조언을 들었다”며 “키메라증에 관한 자료가 증거가치가 있을지 고심했으나 (재판부에) 제출해서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고 키메라증에 대한 자료를 추가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키메라증은 한 개체에 유전자가 겹쳐져 한 사람이 두 가지 유전자를 갖는 현상으로 극히 희소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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