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간호사들이 최연숙 국회의원(국민의당, 비례)이 대표발의한 지역공공간호사법이 열악한 간호현실을 배제한 채, 간호대 학생을 장학금으로 유인하고 면허취소로 협박한다며 폐기를 촉구했다. 최 의원실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전형에 응시하지 않으면 된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국민의당 대구시당 사무실이 있는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지역공공간호사 법안 폐기 촉구 및 최연숙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출신인 최연숙(60) 의원은 국민의당 비례 1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1월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해당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 응시 자격을 주고, 합격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뒤, 졸업 후 5년간 특정지역 지역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 의무복무하지 않으면 면허취소를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공공간호사제가 포함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했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 근거가 생기면 바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근무하는 8년차 간호사 유연화(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씨는 “조금이라도 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해봤다면, 간호사 현실이 어떤지 안다면 단호하게 실효성이 없다고 답할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유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하지만 밥은커녕 물 한모금, 화장실 한 번 가지 못하고 12시간 근무를 하는 일이 허다하다. 1년 내 신규간호사 퇴사율이 45.5%라는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병원간호사회(회장 조문숙)가 조사한 ‘병원 간호인력 배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45.5%였다.
의료연대본부 등 일선 간호사들은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 간호사의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유숙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분회장은 “장학금과 면허를 가지고 열악한 노동을 강제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며 “담당 환자수를 줄여 노동 강도를 낮추고,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살인적인 야간노동, 경직된 조직 문화 개선, 수도권과 지방의 임금 및 복지 차이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연숙 의원실 담당 보좌관은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위해 10년 한시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고, 면허 박탈이 아니라 의무 복무기간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에 기간만큼 면허를 제한한다는 의미”라며 “지역 간호사 분들의 우려는 잘 알고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해당 전형에 응시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7월 1일까지 화요일과 목요일 점심시간(12~1시)에 범어네거리 국민의당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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