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림 사고는 정확한 통계조차 제대로 없다. 개 물림 사고가 급증하면서 소방청이 통계를 집계하고 있지만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간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실제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용역평가를 거쳐 문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기질평가’를 도입 예정이다.
119 이송 기준, 개 물림 대인 사고 하루 6건
소방당국 “야외활동 많을 때는 하루 200건도”
동물을 물거나 경미한 입질 등 통계 아예 없어
개 물림 사고는 개, 고양이에만 한정되지 않고, 대인사고도 빈번하다. 지난 4월 달서구 월곡역사공원에서도 목줄을 하지 않은 중형견 차우차우 2마리가 길고양이를 물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50대 여성이 풍산개와 사모예드 믹스 대형견에 물려 사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개 물림 대인사고는 총 1만 1,152건이다. 하루 평균 6건,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5~8월에는 200건이 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해당 통계는 개 물림 사고로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이송된 경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심각한 상황에 한정됐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개 물림 사고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최근 관련 사고가 많이 일어나 따로 통계를 정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로 지난 2018년부터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반려견 외출 시 목줄을 의무화하고, 또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을 맹견으로 지정하고 입마개를 씌우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단속인력이 부족하고, 사고를 막기에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현우 씨가 가해 견주를 고소한 ‘노랭이 사건’의 경우에도, 노랭이를 문 개는 모두 미등록 상태였다. 견주는 이외에도 새끼 강아지도 여럿 소유한 상태였지만 마찬가지로 미등록이다. (관련기사=[‘노랭이’가 죽었다(상)] 그는 돌보던 길고양이를 물어 죽인 견주를 고소했다(‘21.6.18))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나도 현행법상 동물은 ‘재물손괴’로 접근하고 과태료 처분 외에 제재 방법이 부족하다. 주인이 없는 유기견이 가해견이거나, 피해 대상이 길고양이처럼 주인 없는 동물이면 책임 소재를 따져 사건화가 되기도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입마개 대상을 단순히 견종으로 구분하거나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만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반려동물 개개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고, 사육 환경 등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현행 맹견 관련 동물보호법은 개체별 특성은 배제하고 일괄적으로 견종으로 규정되다 보니 해당 법으로는 물림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게다가 유기견 등 사람 통제를 벗어난 야생 성향이 강한 개들을 관리하는 체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연구 분석이 미흡하다”며 “누가,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물렸는지 통계가 없다. 제대로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이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 작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기질 평가 내용, 구체적인 정부 정책안 연말쯤 나올 것”
책임 있는 입양 문화, 펫티켓 교육과 캠페인 등 필요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같은 시민 불안감과 전문가 지적에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홍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을)은 ‘맹견을 포함한 등록대상 동물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상해를 입힌 경우 공격적 기질과 행동을 평가하여 교정 훈련 등 필요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아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진행한 개정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현행법이 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조치가 미흡한 상황으로, 개정안은 안전사고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외사례나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평가 주체와 절차, 처분 종류 등 세부 시행방안에 대한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독일과 영국 등에서 해당 제도가 시행 중이다.
법에 따른 구체적 평가 대상은 진료기록 등으로 구체적 근거가 확인 가능하거나, 관련 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이다. 평가는 지자체가 수의사‧훈련사‧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기질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물 건강상태 ▲반려견 생활환경 ▲방문평가 ▲재연평가 ▲반려견주가 반려견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고려 중이다.
기질평가 도입을 위해 농림부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한 개의 공격성평가 방법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지난해 발표된 ‘동물복지 종합계획 2020~2024’에도 관련 언급을 통해 도입을 예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박홍근 의원실과 함께 기질 평가의 구체적인 항목들을 논의하고 있는데, 올 연말쯤 최종안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며 “동시에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마련해 반려인으로서 책임과 소양을 강조하려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물론 견주의 관리 책임도 빠질 수는 없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1,575명 참여)에 따르면, ‘일반 반려견도 구매·입양 전, 견주 교육 의무화’ (39.55%, 1280명)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상당수 차지했다.
표현 에피소드동물병원 외과원장은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이 따른다. 적절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관리할 수 있어야하고, 정서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도 함께 요청된다”며 “특히 다른 강아지, 고양이를 향한 공격성은 언제든 어린아이 등 약자에게 향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사회가 관련된 법과 제도를 보완해 재발 방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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