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시] 대구 여성운동 30년 남은주, “페미니즘은 모든 차별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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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바꾸는 시간, 대바시] 대구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대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차별에 맞서 싸우거나,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거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일상의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2021년부터 대구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민의 이야기를 짧은 강의 형식을 빌려 전하고자 합니다. 내가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주변의 사람을 추천해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newsmin@newsmin.co.kr, 010-8585-3648)

네 번째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이자 대구여성회에서 활동하는 남은주입니다. 대학교 1학년, 식칼을 들고 여성을 쫓는 남성을 보고 여성운동을 시작한 그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결혼과 함께 회사에서 쫓겨났던 금복주와 싸웠고,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쉬쉬한 대구은행과도 싸웠습니다. 그는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20대 여성을 공격한다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합니다. 젠더가 갈등하기는 어렵다는 남은주 대표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반갑습니다. 오늘 저는 대구를 바꾸는 시간에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러 나온 대구여성회 남은주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드릴 이야기는요. ‘여성운동은 대구를 어떻게 바꿨나’라는 주제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대구여성회는 1988년에 창립했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격세지감이라고 하지요. 그런 이야기를 오늘 찬찬히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여성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제가 만화책을 좋아해서 동생이랑 주말에 만화 빌리러 가는 길이었어요. 동네 조그만 길에서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면서 거의 옷가지를 걸치지 못한 여성을 보았습니다. 뒤에는 식칼을 들고 따라 나오는 남성이 함께 보였습니다.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동생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에 연락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대로 얼어붙은 상태로 있었습니다. 여성운동을 왜 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저는 이 장면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97년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제가 경찰에 연락하고 대응을 했기도 했습니다마는 가슴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여성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여성운동은 참 가슴 뛰는 이야기들입니다. 지금 이제 페미니즘을 막 접하신 분들도 있을 테고요. 싫어하시는 분도 있겠죠, 물론. 92년부터 아마 페미니즘 공부를 했던 거 같습니다. 94년에 성폭력특별법 제정, 그리고 97년에 가정폭력특별법 제정, 2003년 호주제 폐지 그리고 작년에 바뀌었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법률」(아청법)에 있어서 대상청소년 개념 삭제를 하는 데까지 제가 현장에서 설문지를 돌리거나 시민들과 함께하거나 혹은 집회 같은 곳에서 발언을 하거나 여러 활동들을 했었는데요.

그런 점진적인 변화의 과정 혹은 누구는 굉장히 빨리 변화했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는 과정이 제가 함께했던 과정이었기 때문에 페미니즘 혹은 여성운동이 저에게는 굉장히 가슴 뛰는 순간이었고요.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대학에 강의를 갔다가 나오는데 누가 오셔서 왜 여성운동을 하는지 어떤지 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저는 되게 행복하다. 여성운동을 하면서 라고 이야기하니까 막 우시던데요. 많은 사람들이 여성운동을 접하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힘들 수 있어요. 왜냐하면, 모르던 걸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답답하고 힘들고 분노하고 그러십니다. 그런데 함께 나누면 분노가 열정이 되고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현실을 바꾸는 자원이 되죠. 함께하자는 말씀 꼭 드리고 싶고요. 서로 반목하고 네가 옳다. 내가 옳다. 논쟁 할 수 있죠. 싸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자체가 페미니즘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여성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저에게 많은 선배들이 계신데요. 여성 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고 주변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물론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그래서 여성 운동을 하는 이유는 나를 바꾸고 주변을 바꾸고 또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회 볼 때 인사도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스트’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요즘 페미니즘, 인터넷이나 여러분의 일상에서도 많이 이야기 될 텐데요. 페미니즘이 고생이 많습니다. 요즘에.

두 번째 이야기는 페미니즘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페미니즘이 우리 삶에 굉장히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잘 안다고 이야기하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도 하고 혹은 반페미니즘 이야기를 하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터디를 거의 끊이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페미니즘에 대해서 내가 잘 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기존의 젠더위계사회, 이렇게 위계사회라고 하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분석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통해서 작동하는지를 보아야하기 때문에 쉬운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왜 페미니즘이 필요하냐면 이렇게 기우뚱하게 있는 우리의 시각을 최소한 정 중간으로 돌리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여러 것들이 보이게 되고요. 비가시성의 가시화라고 하죠. 그리고 목소리가 없었던 사람들,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소수자, 약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우리가 들을 수 있게 되고 목소리를 부여할 수 있게 되고 평등, 성평등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매우 중요하고요. 또 의미 있는 학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대구에서 여성운동하기,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세요. 특히 서울에 출장 가면 많이 이야기합니다. 대구에서 운동하기 힘드시죠. 그러면 제가 늘 혼자 생각했습니다. 다른 데서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비교를 잘 못 하겠더라고요. 근데 오래 활동하다 보니까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있죠. 모 지역에 가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전체 수련회 같은 회의를 한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시에 굉장히 큰 100명이 넘게 들어가는 그런 좋은 장소를 빌려주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부득불 저희가 시간이 안 되는데 부시장님이 와서 아침을 사셨어요.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주로 이렇죠. 부시장한테 아침 얻어먹어도 되나. 뭐 이렇게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출신이셨고 굉장히 겸손하게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자기네들이 일정이 있었는데 한국여성단체연합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의 일정은 구에 가서 하고 그 좋은 장소를 저한테 빌려준다는 거예요. 되게 깜짝 놀랐거든요. 그런 일 없죠. 대구에서는. 이게 다르구나. 아, 이래서 대구에서 여성운동하기 힘들다. 라고 말하는구나.

그때 깨달았습니다. 여성운동하는 사람들, 시민운동하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리고 함께하는 어떤 주체로 인정되는 거죠. 그런데 대구 지역에서는 그냥 이야기하는 사람들, 자기들끼리 뭔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되게 많더라고요. 물론 지금 시장님이 되고 난 뒤에 조금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만 아직도 대구에서는 시민운동, 여성운동이 사회의 중요한 주체로써 세상을 많이 바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되지 않고 어떻게 거버넌스를 해야 될지 또 어떻게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주체로 만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패러다임 전환이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 운동하는 사람들한테는 자괴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요.

이번에 자치경찰제도 비슷했죠. 저희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교수님들 모두 다 세팅됐거든요. 대구도. 전국적인 상황도 비슷하던데요. 60대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이 아마 어려움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려움들은 다 같이 겪고 있는 거니까요. 자원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등등 이런 거는 저희가 더 열심히 활동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여성 운동하기’ 왜 어렵다고들 이야기할까 하고 생각해 보니 시민들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를 보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십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이렇게 하세요. 그런데 함께 하시지는 않습니다. 대구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고 또 어떻게 시민들과 함께할 것인가 고민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대구에서 여성운동 하기는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대구의 페미니스트들이 가장 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습니다.

대구에서 여성운동이 어떤 것을 바꾸었냐. 최근의 것만 좀 모아봤는데요. 최근에 좀 많이 이슈가 됐던 거를 말씀드리면 금복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구의 아주 큰 기업이죠. 그런데 창사 이래 60여 년간 결혼한 여성은 무조건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게 중앙 언론을 타고요. 저도 참 많이 인터뷰했습니다. 그래서 금복주 앞에 가서 이야기 했었고요. 또 대구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불매운동까지 했었고요. 아직도 그 페이지가 살아 있기도 합니다. 30년 전에 다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결혼 퇴직제가 아직도 있구나라는 것들을 알 수 있었고요. 그리고 대구의 많은 기업들이 금복주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냐.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얘기를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대구 지역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고 많은 것을 바꾸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은행인데요. 대구에서 굉장히 큰 기업입니다. 대기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에서 2017년에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저희가 피해자를 지원했었는데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랑 혹은 시민단체, 민주노총 등이 열심히 지원했었는데요. 2018년에 미투운동이 우리나라 혹은 전세계를 달구기 전에 무죄가 났었고요. 2심에서는 징역 2년형을 받아서 법정구속 되었습니다. 대구은행에 많은 이런 성차별적인 요소들이라든가 직장 내 성폭력의 이야기를 제보해주셨는데요. 이 사건으로 저희가 많이 바꿔 냈고요. 이거는 2018년 서울에서 있었던 집회인데 여기 대부분 대구 사람들이 앞에 지금 계시죠. 성차별 성폭력 끝장집회에 갔던 굉장히 멋있는 사진인데 그리고 (대구은행 직장내 성폭력) 2심에 저희가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한다는 기자회견도 했었고요. 전국의 많은 분들도 함께 또 탄원서도 써주셨던 대구은행 사건이었고요.

반페미니즘 이야기가 요즘 많이 뜨죠. 정치인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여성할당제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았던, 그리고 제도화되지 않았던, 않고 있는 여성할당제를 없애자. 그리고 청년할당제도 다 없애자. 그래서 능력위주로 정치인이 되자는 이야기를 지금 하시는 분이 계세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많은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지금 성차별은 없다. 우리 어머니 세대 할머니 세대들은 성차별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반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첫 번째 페미니즘이 뭔지 함께 제대로 이야기해 보자는 겁니다. 페미니즘은 저는 벨 훅스의 개념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의 언어로 혐오를 이야기한다거나 혹은 생물학적 여성만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은 사실은 페미니즘이 지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책을 내시는 분들도 있고 유튜브 방송을 하시는 분도 되게 많은데요.

그래서 함께 제대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고요. 페미니즘이 왜 불편한지를 잘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젊은 정치인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대남이라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 끝나고 난 다음에 이야기가 많았었는데요. 20대 남성들의 고통, 힘듦은 누군가 내려놔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들이 (저희 같은 4~60대) 자신의 기득권들을 내려놔야 자원이 배분되죠. 세대가 평등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내려놓지 않고 20대 남성들에게 공격포인트를 20대 여성들에게로 옮기게 된다면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해결될 문제는 별로 없고 그런 이야기들을 젠더갈등이라는 말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젠더가 갈등하기는 되게 어렵죠. 그래서 그것은 정치가 자원을 제대로 배분해야 되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젠더갈등이라던가 혹은 반페미니즘이라는 언어로 그것을 덮어버리는 지금 현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일은 더 열심히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알려내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는데요. 궁금하시다면,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대구여성회로 찾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가지 강좌도 있고요. 홍보원도 있고요. 함께하시면 그래서 페미니즘이 한 이야기가 이거구나 라고 함께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촬영=천용길, 여종찬, 권지해
편집=권지해
출연=남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