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 폐기물처리업체 폭발 사고가 중대재해로 커진 이유는 작업 결정권도 갖지 못한 채 안전 장비나 교육도 없이 일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포항 폐기물처리업체 소각로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중화상을 입었고 그중 1명은 지난 8일 숨졌다.
해당 업체 노동자들은 사고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소각로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는 제대로 된 안전 장비 지급이나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와 업체, 노동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업체는 포항철강공단에서 가장 가까운 폐기물처리업체로, 공단에서 나오는 폐기물 대부분이 이 업체에 몰린다. 이 업체가 소각로를 세우면 공단 입주 업체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게 돼 다른 업체에까지 영향이 가게 된다.
소각로는 공정 대부분이 기계화돼 하루 24시간 가동되는 ‘연속식 소각시설’이지만, 이번 사고처럼 가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생긴다. 안전을 위해서는 소각로 가동을 중단하고 정비에 나서야 하는데, 소각로 가동을 중단하면 몰려드는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기 어렵다.
이 업체 노동자들은 과거에도 소각로 돌발 상황 정비 시에 위험을 느꼈지만, 소각로 가동 중단을 요구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한 노동자는 “슬라이드 게이트 위치에 막힌 물질들이 있으면 슬라이드 게이트를 여닫는 조작으로 막힌 물질을 뚫는다. 그런데 원래 슬라이드 게이트는 그 용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안전장치”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는 소각로를 정지시키면 8시간은 가동 못 하고, 관계 기관에 보고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사측은 빠르게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온의 재를 곧바로 수조로 떨어뜨려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켰다. 시도 때도 없이 소규모 폭발이 발생했고 재가 수조 주변으로 튀어서 작업자들은 잦은 화상을 입었음에도 수조 옆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슬라이드 게이트를 조작하는 버튼 패널은 수조에서 채 2m도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있고, 수조의 물이 줄어들면 작업자가 직접 물 높이를 확인해 수조 바로 옆에 있는 밸브를 열어서 물을 채워야 했다. 사고 당시에도 두 명의 노동자가 슬라이드 게이트를 조작하기 위해 수조 가까이에 있는 버튼을 조작하고, 한 명은 슈트에 막힌 재가 떨어지는지 수조 바로 옆에서 상황을 점검하다 참변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안전장비 부족 문제다. 폭발 사고가 있었더라도 노동자에게 전용 방염복이 지급돼 착용했다면 피해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작업을 위해 조작해야 하는 밸브, 패널 등이 소각로에 바로 붙어 있어 위험을 감수한 상태로 작업을 해야 했다”며 “소각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보호를 위한 안전보호구도 지급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받은 것은 목장갑과 빨간 코팅 장갑, 2급 방진 마스크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5일 오후 이 업체 소각로의 폐기물 배출구가 파이프나 롤러 등 불연성 폐기물에 막히면서, 그 위로 폐기물이 쌓였다. 이때 작업자들이 배출구를 확보하러 들어갔는데, 쌓였던 폐기물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아래에 있던 물과 닿으면서 수증기 폭발이 일어났다.
해당 사고로 현장에 있던 작업자 3명이 각각 90% 3도 화상, 70% 3도 화상, 27% 2도 화상을 입었다. 이들 중 2명은 현재 대구 소재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은 9일 사망했다.
포항고용노동지청은 7일 구두로 해당 업체에 소각장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경위 조사에 나섰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조만간 해당 업체에 대한 특별 감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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