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해 미술관 건립 비용 등 전액을 시비와 성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반응은 미지근하다. 같은 날 대구에 온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국회의원은 “대구 시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덕담 수준의 말만 남겼고, 정의당은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권 시장은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해 경북도청 후적지를 사용할 수 있게 정부가 허락한다면 건립비는 전액 시비와 성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추산하는 건립비용은 약 2,500억 원이다. 올해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세출예산이 2,881억 여 원인 것을 고려하면 한 해 대구시 문화체육관광 예산에 해당한다. (관련기사=권영진, “이건희 미술관 건립, 전액 시비·성금으로 하겠다”(‘21.6.1))
정의당 대구시당은 오후 성명을 통해 대구시의 적극적인 유치전 참여가 지역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대구시 제안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대형 국책사업이 나올 때마다 지자체의 끝 간 데 없는 유치전은 지역 갈등만 부추겨왔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 또한 지역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싸움의 상흔은 늘 지역주민에게 남겨졌다”고 짚었다.
정의당은 “더 척박해지는 문화예술 인프라와 시름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나 몰라라 하고 2,500억 원을 들여 미술관만 짓겠다는 대구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흔의 책임에는 정부 탓도 있다. 대형 국책사업이나 프로젝트 결정 시 지역균형과 공정이라는 가치에 맞게 추진되었다면 지자체가 이렇게 난리 칠 일도 없다”며 “정부가 접근성과 효율성만을 이유로 수도권에 미술관을 신설한다면 지역균형발전, 비수도권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 등을 무시하는 정책 결정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10분 대구시의회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낙연 국회의원은 이건희 미술관 대구 건립에 대해 덕담 수준의 인사말만 건넸다.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도 못한 상황인 데다 여러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대구 편만 들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한 삼성이 대구 삼성상회에서 출발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런 연고에서 미술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 정부나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지방에서도 비슷한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되길 바란다. 대구 시민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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