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의성 쓰레기산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가 2019년 전국 불법 방치 폐기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불법 폐기물 120만 톤이 적발됐다. 2년이 지난 지금 2019년 전수조사 이후 추가로 발생한 불법 폐기물은 43만 2,000톤. 이중 약 17만 2,000톤이 경상북도에 투기됐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20%, 인구의 5.2%를 차지하는 경북에 전국 불법 폐기물의 40%가 쏠려 있다. 경북 불법 폐기물 17만 2,000톤 중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쌓아 둔 방치 폐기물은 2021년 2월 기준 6만 2,000톤. 경북은 왜 불법 폐기물 투기장이 된 것일까. 불법 투기로 인해 지역 주민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을까. <뉴스민>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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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집행 열심히 한번 해 봐라~”
불법 폐기물 행정대집행 현장, 폐기물을 투기해둔 투기범 일당은 폐기물 단속 담당 공무원 A 씨를 비아냥댔다. 투기범 일당은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A 씨 앞으로 외제차를 몰고 와 유유히 떠났다. 이들에게 차후 대집행 비용을 청구한들 재산이 없다고 버틸 것이 뻔하다. 저 외제차도, 본인 명의로 된 다른 재산도 벌써 조치를 마쳤을 것이다. A 씨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한편으로 안도감도 느꼈다. 불법 폐기물 투기 현장 단속 시에는 종종 위험한 상황도 벌어지는데, 이번에는 비아냥에 그쳤기 때문이다. 위험한 현장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불법 폐기물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그냥 둘 수도 없다. 투기가 이뤄지는 새벽, 신고를 받고 담당 공무원 몇몇과 함께 단속에 나갔다가 어둡고 밀폐된 공장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면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단속 업무 하나만 전담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담당 지역이 넓기도 하지만, 폐기물 처리 관련 허가를 받은 업체가 한 기초단체에 100개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허가받은 업체에는 허가 취소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된다고는 해도, 때로는 이들도 편법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허용 보관량 이상의 폐기물을 방치한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 업체가 전관 변호사를 고용해 행정소송에 들어섰다.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가처분 소송에서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를 받아낸 뒤 수년간 불법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남기는 경우다.
불법 투기 조사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다. 불법 투기 관련 행위자 조사 시, 수사권이 없는 행정기관으로서 행위자에게 진술 협조를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때로는 조사에 나섰던 공무원을 감사실에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폐기물 담당에 배정된 직후 휴직하는 등 업무를 기피하는 사례도 나온다. 담당자가 빠진 곳은 다른 누군가가 채워야 했지만, 탓할 수는 없다. 신변에 대한 위협, 과도한 업무 분야, 불특정한 업무 시간을 담당자 개인이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경북 23개 시·군의 불법 폐기물 업무 담당 공무원 각 시·군에 1명으로, 총 23명이다. 담당 공무원 1명이 수행하는 일은 ▲불법 폐기물 단속 ▲올바로시스템 관리 ▲폐기물 관련 사업 인허가 ▲불법 폐기물 발생 시 행정대집행 등 처리 등이 있다. 사실상 모든 불법 폐기물 관련 업무를 각 시·군 1명의 공무원이 떠맡은 상황이다.
또한, 의성 쓰레기산 논란 이후 정부가 불법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적극 행정을 강조하다가, 정작 결산 시점에서는 예산 사용과 관련해 분위기가 달라져 난감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시 의성을 비롯해 전국에 파악된 불법 폐기물 120만 톤에 대해 연내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적극 행정을 통한 예산 집행이 강조됐다.
A 씨는 “원래 예산에는 항목이 정해져 있는데, 당시에는 적극 행정을 펼치라는 분위기였다. 예를 들어 한 항목의 예산이 남을 경우 다른 항목에 쓰면 안 되는데도 우선 쓰라는 식”이라며 “지금 와서 되짚어 보면 그때 절차 꼼꼼히 따져서 소극적으로 하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사정은 모든 시·군이 다 같다. 입법하고 정책하는 사람들이 현장에 와서 상황을 봐야 한다”며 “2019년 의성 사건 이후 환경부가 국비 보내면서 일단 빨리 쓰라고 했는데, 뒤에 정산할 때는 환경부 담당자도 바뀌고 얘기가 다르다”고 호소했다.
경상북도 관계자도 “환경부나 행안부에 지도점검 인력 증원을 건의했지만, 총액인건비라 자체적으로 하라는 게 결론이었다. 시스템 없이 업무만 내려오고 있다”며 “지도점검에 공무원만으로 한계가 있으니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간인을 활용해 환경감시단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군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배정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시·군 담당자가 신변 위협이나 감사 청구 등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지자체 만으론 한계···전담 조직 있어야”
환경부, “자체 특사경 활용하고 경찰과도 협조 요청할 것”
지난 4일 환경부가 주최한 ‘불법 투기 폐기물 발생 예방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는 불법 폐기물 단속 관련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에는 인력이나 대응 체계가 갖춰져 있지도 않고 전문성도 확보되지 않아서 불법 투기에 기동성 있고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홍 소장은 “기존 수사기관 담당자가 불법 투기를 적발한다고 해서 인사고과에 도움 되지도 않기 때문에, 권역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 단위 조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 TF팀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불법 방치·투기 폐기물에 대해 법과 제도를 강화해 왔다. 앞으로도 감시, 단속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산업 폐기물에 대한 공공의 책임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 처리 시설에 들어가는 부담을 국가가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로시스템을 개선하고, 불법 투기 폐기물에 관여한 조직적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지자체의 특사경과 경찰에도 협조 요청해 불법 행위에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신고, 포상금 제도 같은 방법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