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대구도 동참

문화체육관광부, “미술관이나 수장고 건립 검토는 필요”

15:41

너도, 나도 ‘이건희 미술관’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하면서 남긴 미술품 양이 어마어마하고 그 관리 문제가 떠오르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구시도 6일 대구와 삼성가(家) 사이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6일 기준으로 언론을 통해 지자체나 단체장이 공식적으로 미술관 유치를 공언하거나 검토한다고 밝힌 곳은 부산, 대구, 세종과 경남 의령, 창원, 진주, 경기 수원 등에 이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미술품은 고미술품부터 근현대미술품까지 2만 3,000여 점에 달한다. 그 양이 어마어마하고, 질적으로도 국보급 미술품이 상당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새로운 미술관 건립 필요성은 언급됐다.

지난달 28일 ‘이건희 컬렉션’ 기증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에서 황희 장관은 “수장고도 부족하고 미술관도 또 다른 기증 문화가 ‘이건희 컬렉션’, 삼성의 기증에 따라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 미술관, 박물관, 수장고 건립은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새로운 미술관 필요성을 언급했다.

새 미술관 건립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유력한 건립 지역으로 거론된 곳은 서울 종로구 옛 미 대사관 직원 숙소터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구 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이인성 작가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왼쪽)과 이쾌대 작가의 ‘항구’ (자료=대구시)

그러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유족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마치 서울에 짓는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수도권에는 삼성 리움 미술관도 있고, 경기도 호암 미술관도 있다. 대한민국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게 온당하다”고 부산 유치를 공언하고 나섰다.

부산을 시작으로 세종시를 비롯해 경남에서만 3개 기초지자체가 유치에 나선다 밝혔고, 경기도 수원도 삼성 본사가 있는 곳이라는 상징성을 주장하며 유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주장을 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원외 지역위원장들까지 포함하면 2~3개 지역이 더 포함된다.

대구는 권영진 시장이 몇 차례 이 회장의 공적을 치하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까지 언급하다가 6일 공식적으로 미술관 유치를 선언했다. 대구시는 “대구는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라며 “이병철 회장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대구 인교동에 창업했으며, 주요 계열사 제일모직은 북구 칠성동에 설립했다”고 대구와 삼성의 인연을 강조했다.

또 “대구는 일찍부터 대한민국 근대미술의 메카였다”며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1,500여 점 중에서도 50% 이상이 근대미술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미술관 외에 금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고 이건희 미술관이 자리잡게 되면 대구는 고전, 근대, 현대미술을 잇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문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유치 추진위를 구성해서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대구시는 7일 실무협의회 구성을 위한 관계자 회의를 열고, 향후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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